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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안갯속의 박인규 회장과 DGB금융

  • 2016.01.18(월) 10:51

[병신년, 변화무쌍한 은행 지배구조 기상도]⑨
남음 임기 1년 중대기로...추가 M&A·수익 확대 과제
보수적인 전략·지역 기반 안주 넘는 돌파구 마련해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게 올해는 안갯속이다. 뿌연 안개는 걷히겠지만, 그리고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느냐 마느냐는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는다. 취임 이후 그리고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다소 길어진 감은 있지만, 지난 2년간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이젠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것이 그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DGB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도 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했던 지역 기반에 안주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옥좼다. 선두를 빼앗긴 것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필요하다.  

 


◇ '3050' 미처 못 지킨 약속 이번엔?

당장 박 회장은 당기순이익 목표 3050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 지난 2014년 3월 취임하면서 '3050(당기순이익)'이란 목표를 제시했지만 한 차례(2014년) 실패한 만큼 이번엔 기대를 걸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2923억 원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4분기 200억 원가량의 이익만 내도 달성 가능한 수치다. 대손충당금 전입 규모에 따른 변수는 남아 있다.

역시 취임하면서 밝혔던 자산운용사 인수도 올해는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칸서스자산운용 인수를 위해 본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경쟁 상대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다. 문제는 칸서스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와 관련해 거액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다음 달로 미뤄진 상태다. 소송결과에 따라선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 그나마 성공한 M&A DGB생명, 지원 부담

그나마 지난해 1월 농협금융으로부터 사들인 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재 DGB생명보험) 정도가 성공한 인수·합병(M&A)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는 않다.

DGB금융은 지난해 1월 DGB생명을 700억 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해야 했다. 이후 6월과 12월에 각각 500억 원씩 DGB생명에 유상증자를 했다. 인수금액을 제외해도 한 해 동안 인수가를 넘어서는 1000억 원을 투입한 셈이다.

저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에 따른 생보사의 수익성 악화, 지급여력비율 산정 기준 강화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M&A 효과를 얻기도 힘든 형편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역 밀착영업을 통해 초기 영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론 수익기반 확대에 한계가 있고, 보험상품 판매에 내재해 있는 불완전 판매 리스크를 감안할 때 단기간 내 빠른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놓쳐버린 선두, 아쉬울 새도 없이 벌어진 BNK와의 격차

박 회장이 내건 또 하나의 비전은 오는 2020년까지 자산 100조 원, 순익 6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56조 5124억 원으로 5년 내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지역에 뿌리를 둔 지방은행으로선 만만치 않은 목표다. 하지만 그만큼 절실하기도 하다.

대구·경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은행과 DGB금융은 한때 부산·경남에 뿌리를 둔 부산은행, BNK금융과는 쟁쟁한 맞수였다. 오히려 대구은행이 탄탄한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1조 원가량의 자산 격차를 보이며 앞서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양 지방은행의 금융지주사 설립을 전후로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BNK금융은 공격적인 M&A와 해외진출로 몸집을 불렸다. 경남은행 인수가 결정적이었지만 지난해 9월 말 BNK금융의 총자산은 99조 701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DGB금융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고수하는 등 상반된 전략의 결과다.

 

◇ 앞으로 1년, 중대기로 선 DGB금융과 박인규 회장

 

DGB금융의 경남은행 인수 실패도 뼈아프다. 아무리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해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BNK금융이 사업 다각화와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JB금융이 경기 등 수도권에 진출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 측이 모두 부인하는데도 한때 대구은행의 씨티은행 사업부 인수설이나 SC은행 인수설이 지속해서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이다.

 

DGB금융의 지배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지난 2014년 하춘수 전 회장 겸 행장의 용퇴와 이후 일사천리로 차기 회장을 선임했던 과정을 보면 외부 입김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반대로 이는 외부 세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실제 비슷한 시기 BNK금융 후계 승계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회장 스스로 연임 기반과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의 지역 기반에 안주하는 보수적인 색채를 극복하고,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길을 터야 할 때라는 충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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