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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매번 예측 빗나가는 기업은행의 날씨

  • 2016.01.14(목) 11:08

[병신년, 변화무쌍한 은행 지배구조 기상도]⑦
3연속 내부출신 행장 배출 vs 공무원 출신으로 회귀?
정권 코드 맞추기 혈안...부담은 후임 행장과 은행 몫

대륙에서 바다로 돌출한 땅. 반도국가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륙의 문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또 한편으론 외세의 침략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국가로 험난한 세월을 보냈다.

국책은행의 운명도 이와 닮아있다. 잘 활용하면 이점도 있지만 번거롭고 험난한 일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국책은행의 숙명이고, 중소기업은행 역시 그런 세월을 살았다. 국책은행장은 태생적으로 임명권자인 정부·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행장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도 올 연말이면 끝난다. 먹구름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매번 예측은 빗나갔다.

 



◇ 종잡을 수 없는 기업은행

2년 전인 지난 2013년 12월 권선주 행장(56년생)이 선임될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경북 상주 출신(TK)의 조준희 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99%로 점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첫 여성 대통령 시대, 첫 여성 행장은 꽤 괜찮은 그림이라고 판단했을 터. 권선주 당시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이 다크호스로 부상했고, 최종 낙점됐다.

사실 기업은행의 최근 10년간의 행장 선임을 들여다보면 종잡을 수가 없다. 옛 재무부 출신의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국책은행에선 보기 드물게 연임에 성공했다. 불과 몇 달 만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역시 재무부 출신의 윤용로 전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는가 하면 조준희 전 행장은 내부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전무에서 행장에 오르기도 했다.

◇ 내·외부 출신에 여성 행장 등 변수 수두룩

기업은행은 성격상 다른 국책은행보다 시중은행에 가깝고 '영업'의 성격도 짙다. 은행과 직·간접적인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이나 정치권 등에서 발을 들이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두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의 행장을 배출했던 점에 비춰 보면 내부 출신 행장이 힘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 경우 박춘홍 수석부행장(전무이사·56년생)이 유력 후보군에 들어간다. 박 수석부행장은 최근 금융권에서 뜨고 있는 충청권 인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의식적(?)으로 권 행장을 띄웠던 점을 고려하면 또다시 여성 행장의 탄생도 기대해보게끔 한다. 김성미 개인고객본부 부행장(59년생)은 권 행장을 잇는 여성 부행장으로 권 행장이 관리형이라면 김 부행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다만 아직 후보군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내부에서 행장을 배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면 어느 정도 후보군이 추려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아직은 알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게다가 권 행장이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올랐던 만큼 행장 후보군의 스펙트럼도 넓다. 오늘(14일) 오후에 있을 기업은행 인사도 지켜봐야 한다.

물론 한때 그랬던 것처럼 공무원 출신이나 정치권 주변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유독 정치금융이 심했던 이번 정부에서 올해 4월 총선 이후 어떤 불똥이 튀길지는 모를 일이다.

 

▲ 권선주 기업은행장 작년 1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습



◇ 정권 코드 맞추다 세월 가는 기업은행

 

중요한 것은 내부출신이든 외부 낙하산이든 행장이 된 이후엔 정권 코드 맞추기에 혈안이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땐 녹색금융·동반성장, 이번 정부 들어선 창조금융·기술금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핀테크, 일자리 창출, 최근엔 성과주의 도입 추진 등 사사건건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권 행장 역시 이를 통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도 들었고, 개인적으론 영예로운 일이 됐다. 벌써 권 행장이 퇴임 후 다른 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긴다거나 올해 총선 출마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은행에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 부담은 3년 후 차기 행장, 그리고 은행에 고스란히 돌아오기 마련이다. 

 

◇ 애매한 지배구조가 낳은 딜레마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정부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51.5%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정부 지분율을 줄여왔고, 지난 199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가 지난 2003년 12월 코스피로 옮겨 상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조용히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국책은행치고는 애매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기업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애초에 상장하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정책금융에 치중하다 보면 절반가량 되는 민간 투자자인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면서 "이율배반적"이라고 푸념했다. 창조금융이든 기술금융이든 결과적으로 은행이 리스크와 부담을 쥐고 가기 때문에 민간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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