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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8년 만에 새 농민 대통령…농협금융엔 돌풍? 태풍?

  • 2016.01.13(수) 13:20

[병신년, 변화무쌍한 은행 지배구조 기상도]⑥
김용환 회장 친정 체제 구축한 농협금융도 변화 불가피
신임 중앙회장과 궁합 관건…금융 독립성 확보 큰 숙제

NH농협금융의 지배구조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가장 불안하다. 확실한 최대주주가 있어 지휘 체계는 분명하지만, 그 어느 조직보다 정치 바람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은 올해 돌풍 내지는 태풍급 변화가 예상된다.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 회장이 8년 만에 새롭게 취임하면서 새판짜기가 불가피해 조직 전반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확실성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이 나름대로 친정 체제를 갖추면서 일단 농협금융 내부적으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젠 신임 농협중앙회장과의 궁합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농협금융, 중앙회의 존재는 양날의 검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최대주주가 확실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대주주 더 정확하게 말하면 농협중앙회장과 손발만 잘 맞추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엔 농협금융 회장조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임종룡 전 회장과 초대 회장이던 신동규 전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 회장은 당시 농협중앙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가격 경쟁에서 KB금융을 따돌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중앙회의 지원이었다.

반면 신동규 전 회장은 농협 내 서열이 300위권 밖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면서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농협중앙회장은 물론 292명에 달하는 대의원 조합장의 입김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농협금융 내 복잡한 역학 구도를 잘 보여준다.

농협금융은 정부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한다. 때론 농협중앙회장보다 더 세다. 농협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선 정부가 좌지우지하곤 했다. 초대 회장 선임 당시에도 최원병 중앙회장이 밀던 후보가 떨어졌다는 설이 파다했다.

◇ 김용환 회장, 중앙회장 공백기에 친정체제 구축

 


지난해 4월 취임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 최원병 중앙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경영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이 리솜리조트 특혜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경섭 농협은행장 선임은 물론 작년 연말 임원 인사 과정에서도 김 회장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됐다. 예전엔 중앙회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작년엔 김 회장과 중앙회 부회장이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덕분에 김 회장은 이경섭 농협은행장부터 부행장을 비롯한 농협은행 임원들까지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해 친정체제를 갖췄다. 이경섭 행장은 후보자 신분이던 김 회장에게 농협금융 업무보고를 하면서 청사진 설계를 함께했던 인물로 대표적인 김용환 라인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장으로 가는 승진 코스로 꼽히면서 농협금융 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엔 오병관 농협금융 재무관리 담당 상무를 발탁했다. 오 부사장은 농협금융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김 회장과 동향이다.

◇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과 궁합이 최대 과제

이제 남은 과제는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과의 궁합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2일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열고,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출신의 김병원 대표를 새로운 중앙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당선자가 오는 3월 취임하면 농협중앙회는 물론 농협금융 내 역대급 변화가 예상된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이어진 최원병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면 대대적인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당선자는 52년 만에 첫 호남 출신 중앙회장이다. 그동안 영남권 회장 아래서 짜인 조직과 인사 구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금융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조직과 인적 쇄신에 따른 여파가 미칠 수 있다.

김 당선자가 영남지역 대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당선된 만큼 영호남 인사 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지만, 새판짜기에 따른 파장은 돌풍에 불과할 수도 태풍으로 커질 수도 있다.


◇ 농협금융 독립성 확보도 중장기 숙제

김 회장에겐 신임 중앙회장과 호흡을 맞추면서 경영과 인사 과정에서 농협금융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올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농협은행장 선임과 함께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까지 마친 만큼 올해 당장 인사 수요는 많지 않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과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도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김학현 농협손보 대표는 올해 1월 임기가 끝난다. 후임 대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일단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만큼 교체가 유력하며, 후임으론 김진우 전 농협손보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선 인사권 등에서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앙회의 입김에서 벗어나긴 어렵지만, 회장은 물론 계열사 CEO와 임원 선임 과정에서 분명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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