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생사 키워드]①-2"카드업, 사람도 전략도 없다"

  • 2018.01.22(월) 10:16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목소리 내는 사람도, 장기 로드맵 전략가도 없다"
"수수료 문제, 의무수납제·공동이용망제 개선으로"

▲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이명근기자]

 

"우리나라 금융산업 세계순위가 86위라고들 하잖아요? 정부 당국에서는 부인하지만. 제가 봤을 때 86위 맞아요."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을 이렇게 진단했다. 거시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 설계에도 관여하고 금융산업 전반에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다.

김 교수의 현 카드업계에 대한 진단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업계에서 목소리 내는 사람도 없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전략가도 부재해 정책이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카드업계를 규제 일변도로 재단하고 있고 업체는 감독당국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해외 업체들에 분명히 밀리고 만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한동안 '금융홀대론'이 거론됐던 것도 이쪽 분야에 정통한 인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새 정부에서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는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뭐니뭐니해도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라고 말했다. 금융의 포용적 성격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규제를 만들고 그에 따른 논리를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그렇다보니 카드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로드맵도 실종됐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정책이 딱 그런 모양새란 지적이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3년마다 찾아오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상황.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우대수수료 혜택 폭이 넓어진 데 이어 올해 한차례 수수료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 얘기는 자영업자가 힘드니까 그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이라며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나 인건비 같이 더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도를 개정해서 가맹점들로 하여금 마켓파워를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법 제19조에 따르면 가맹점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해외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제도다. 이 제도 탓에 가맹점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갑-을 관계로 편입돼 있는 것. 김 교수는 "일정 금액 하한선에 대해 이 제도를 유연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대금 결제가 늦고 매출전표를 따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공동이용망제도도 세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맹점들이 가장 싼 수수료를 제시하는 카드사와 부담없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카드수수료가 시장에서 결정되게 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매출 규모로 수수료 산정 범위를 정해주는 이른바 칸막이식의 규제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 뿌리깊이 내린 '관(官)의 입김'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전체 카드사 순이익은 2조원을 넘을 전망인데 이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결과"라며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떨어진 이익을 지분 매매 등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당국이 승인해주면 이익을 늘려야 하는 카드사는 이를 받아들여 이익은 줄지 않게 되지만 이는 마케팅비용을 줄여야 하는 등의 본질적인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전체 카드사 매출은 경제가 성장하는 한 소비가 늘어 오르게 된다"며 "카드사 순이익이 늘어나면 언제든지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드사를 대변할 수 있는 연구기관의 설립도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카드사 연구기관은 여신금융협회 산하의 여신금융연구소 한곳이다. 연구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카드업계는 전 업권을 통틀어 해외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종중 하나"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문 연구기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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