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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정유사 출신의 인슈어테크 창업기

  • 2018.05.28(월) 10:39

<인생 2막, 준비 또 준비하라>창업③
명기준 디레몬 대표 인터뷰
막연한 계획보다 현재 일에서 연결고리 찾아라

취업이 구직자의 꿈이라면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반듯한 직장을 다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어설피 뛰어들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으로 30~50대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여는 노하우를 찾아본다. [편집자]
 

 
인슈어테크(InsurTech).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익숙하게 쓰는 보험(insurance)에 IT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 관련 앱(APP)을 다운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등 IT기술의 발달로 보험서비스의 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명기준 디레몬 대표는 인슈어테크 분야의 국내 선봉자로 꼽힌다. 디레몬은 보험 가입에서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명 대표는 창업에 앞서 보험사에서 온라인보험 사업개발과 운영을 총괄했다. 그 전엔 정유회사에서 카쉐어링과 렌터가 등 신규사업 기획을 7년간 담당했는데 이 두 경험이 창업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를 거쳐 창업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명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 디레몬 명기준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처음엔 한직이라고 불평했는데

 

서울 여의도 IFC의 디레몬 사무실에서 만난 명기준 대표는 매우 소탈해 딱딱한 대기업 출신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그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큰 프로젝트를 맡아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가 속한 신규사업 부서는 사내 직원들조차 잘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적었던 탓이다.

 

부서원 모두 경험이 없다 보니 두서없이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조직이 작다 보니 역할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업무 영역을 두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창업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발판이 되어준 건 바로 당시 경험이었다고 명 대표는 말한다.

 

그는 "당시에는 열심히 일해도 다른 파트에 있는 동기들에 비해 의미도 크지 않고,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조직이 작다 보니 기획과 실행, 마케팅까지 다양한 직무를 맡아야 했고, 각 단계와 결과에서 나오는 평가와 피드백도 매우 빨랐다"면서 "세부적으로 나눠진 역할을 맡는 대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 경험은 명 대표가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데 있어 든든한 자산이 되어줬다.  

 

◇ 자동차 신사업 덕분에 금융과 인연

 

특히 2000년대 초반 주유소 기반의 공유경제 모델 신사업인 카쉐어링을 준비하면서 보험과 만났다. 당시는 지금처럼 모바일 환경이 아닌데다 수요도 받쳐주지 않아 신사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주유소를 인프라로 한 정비사업인 '스피드메이트'와 중고차사업인 ‘SK엔카’를 추진했고, 두 사업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해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자동차 렌탈사업 과정에서 리스와 비슷한 자동차금융을 시작하면서 금융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동차 관련 마케팅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보험사와도 처음 연을 맺었다"면서 "그러면서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하고, 또 금융과 서비스가 만나면 어떤 새로운 일들이 가능한지를 간접적으로 배웠다"고 소개했다.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는 거침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명 대표는 "7년간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프레임(틀)과 뷰(전망)를 쌓아온 경력에다 새로운 채널인 온라인보험을 만들려는 KDB생명의 시도가 기회로 다가와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당시 온라인 보험에 전사적인 역량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온라인 시장이 쉽게 커지지 않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들과 조인트벤처를 기획했지만 회사 매각 이슈가 불거지며 무산됐다. 명 대표는 이 과정에서 보험과 연계한 핀테크 사업을 모색하고 있던 핀테크업체인 데일리금융의 신승현 대표를 만나면서 지금의 '디레몬'이 탄생했다. 

 

 

◇ 맞춤형 온란인 보험통합 플랫폼 목표

 

디레몬은 불량품을 파는 레몬마켓의 의미를 뒤집어 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담으려는 의지를 담았다.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온라인 보험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그가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레몬클립'과 '레몬브릿지'다.

 

레몬클립은 소비자가 앱을 통해 가입한 모든 보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장내역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병원에 다녀오면 자동으로 보험금 청구 알람을 보내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레몬브릿지는 보험설계사 전용서비스다. 고객의 보험계약을 분석해 필요한 보장을 찾아주고, 이에 맞는 보험상품도 추천해준다. 이미 교보생명과 ING생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다른 보험사들과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명 대표는 이 두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이용자 맞춤형 온라인 보험통합 플랫폼이 최종 목표다. 

 

◇ 막연한 계획보다 현재 일에 충실해라

 

명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계획보다는 현재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회사 일을 하면서 창업을 위한 커리어를 쌓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회사 내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는 일이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인 만큼 주어진 상황 안에서 기존과 다른 방향을 고민해보고 답을 내는 과정들이 새로운 시도를 위한 원동력이 되고, 창업의 연결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도전정신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이 창업을 비롯한 신사업의 가장 확실한 밑거름이 된다고 지적했다.  

 

명 대표는 "창업하려는 아이템과 전혀 다른 분야라고 해서 소홀히 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고 여러 경험을 쌓다 보면 다양한 연결고리가 생긴다"면서 "특별한 계획 없이 막연히 '창업'만을 생각하는 경우라면 회사 조직 내에서 할 수 없는 일이나 빈틈을 찾는 것도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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