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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약이 됐다'…현대해상 베트남 M&A 도전기

  • 2018.11.27(화) 09:39

비에틴은행 보험사 지분 25% 인수 예정
현지 진출 후 보험사 인수 시도 두차례 '무산'
현대해상·비에틴은행, 윈-윈전략 6개월만 담판

 

현대해상이 끝내 베트남 보험회사를 인수한다. 다음달 베트남 중소 손해보험사인 '비에틴은행 보험회사(VietinBank Insurance, 이하 VBI)' 지분 25%를 인수할 예정이다. 1997년 호찌민사무소를 열며 베트남에 진출한 지 21년만이다.

 

현대해상은 베트남에 진출한 뒤 현지 업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두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성공했다. [단독]현대해상, 베트남 '비에틴은행 보험사' 인수

현대해상은 2014년 베트남 상위권 보험회사인 PVI(Petro Vietnam Insurance)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인수설이 국내까지 퍼졌고 현대해상은 "베트남 등 현지 보험사 인수 또는 지분 참여를 검토중"이라고 공시까지 했다. 하지만 협상은 막판에 어그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딜이 99%까지 성사됐다가 막판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2015년에도 아깝게 매물을 놓친 적도 있다. 당시 현대해상은 베트남 보험사 PTI(Post & Telecommunication Insurance)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PTI 관계자가 서울 현대해상 본사를 찾았을 정도로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협상 막판 PTI가 손잡은 곳은 DB손해보험이었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인수 막판에 DB손해보험이 끈질기게 PTI 측을 설득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금융회사 대부분은 국영이다. 협상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변수가 생긴다"며 "실사때 보지 못했던 부실이 숨어있을 수도 있고 단순 변심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분 인수에 성공한 VBI와는 속전속결이었다. 올해초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해 6~7개월 만에 양쪽이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현대해상과 VBI를 소유한 비에틴은행 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비에틴은행은 한국의 선진 보험상품과 영업력을 배울 수 있고 현대해상은 최소한의 리스크로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VBI는 작년 원수보험료(매출) 3500만달러(306억원) 수준의 중소보험사이고 지분 25% 인수해 부담이 크지 않다. 현대해상 입장에선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가격협상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현지 관계자는 "금융사를 소유한 베트남 당국은 M&A 협상에서 가격을 협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정한 금액을 통보한다"며 "이번 협상에선 가격적 트러블은 없었다"고 전했다. 현대해상이 VBI 지분 25%를 얼마에 인수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가 무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베트남 보험시장은 작고 열악하다. 한국 보험시장 규모의 2%에 불과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의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도 의무적으로 보험을 들고 있지만 보험료가 워낙 싸 사고가 나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현지 금융당국의 문턱도 높다. 베트남 정부는 2007년 외국회사 현지 보험시장 지분을 100%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현지 금융당국은 외국회사의 지분투자나 M&A 등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나 데이터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트남 보험시장 매출규모는 약 25억달러로 전년대비 24.35% 증가했다. 올해까지 5년 연속 연간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아직 성과는 미비한 단계다. DB손보가 현지 보험사를 인수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정도다.

 

현대해상은 VBI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보험시장을 공략해 초기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VBI를 통해 현지영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 현대해상 해외진출 전략은

 

현대해상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단계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점포에서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2006년 391억원에서 2017년 약 2168억원으로 11년만에 5배 넘게 성장했다. 

현대해상은 베트남에서 1997년 호찌민, 2016년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립해 중·장기 베트남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현대해상 일본지점은 1976년 설립 이래 일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보험회사로 도쿄와 오사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1211억원을 기록하는 등 현대해상의 핵심 글로벌 진출지역이다.

1994년에 설립된 미국지점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지공장 설립을 계기로 함께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 미국 투자법인을 설립해 자산운용에서도 투자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 중국 베이징에 '현대재산보험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재물보험, 상해보험, 적하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며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2011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재보험 브로커사(중개사)를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홍콩소재 브로커사인 코스모스 서비스(Cosmos Service Co. Ltd)와 공동으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Cosmos Risk Solutions Asia Pte. Ltd)을 설립하고 2015년 코스모스 서비스 지분 51%를 인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통해 선진보험사의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틈새시장 개발과 리스크 분산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수익성, 현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면밀히 검토해 현지에 적합한 지점과 법인 설립과 현지보험사 지분투자 또는 M&A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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