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던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부활' 여부가 심사대에 오른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례회의에 금감원의 종합검사 계획안을 상정한다. 계획안이 정례회의를 통과하면 2015년 폐지됐던 종합검사가 5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종합검사가 부활할 경우 가장 큰 관심은 첫 검사 대상이 누가 될지다.
업계에선 즉시연금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을 1호 검사대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선 자칫 보복성 검사로 비칠 부담이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첫 검사 대상으로 삼성생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해야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종합검사 5년만에 부활하나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종합검사 대상 선정 방식 등에 대해 어느 정도 협의했다"며 "오는 20일 정례회의에 상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스스로 중단한 종합검사를 재개해 국회·언론·금융계 등에서 우려하고 있다"며 "과도한 수감문제, 보복성 검사, 저인망검사 등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작년 7월 금감원이 예고했던 '종합검사 부활' 시점은 작년 4분기였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첫 혁신 과제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감원은 매년 초 연간 검사계획을 금융위에 보고하는데 지난달 금융위는 금감원의 검사계획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보복성 검사나 저인망식 검사에 대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종합검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를 한꺼번에 파악·개선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선 수십명의 금감원 인력이 한달간 집중 검사를 벌이는 공포의 대상이다. 2015년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폐지한 이유도 '금융회사의 수검 부담 경감'이었다.
오는 20일 종합검사 계획안이 정례회의를 통과하면 검사 대상 선정을 위한 기준이 공개된다. 지난해 금감원은 일정 주기마다 '저인망식'으로 종합검사를 벌이던 과거 방식과 달리 문제가 있는 금융사를 골라 검사하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제' 도입을 예고했다. 금융회사가 가계대출 관리, 적정 자본 보유 등 감독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금융회사가 종합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초조한 삼성생명-고민스런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는 삼성생명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4300억원을 일괄지급 하라'고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공동소송인 모집을 통해 제기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첫 공판도 오는 4월12일 열린다.
이번 재판은 금소연이 금감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 대리전 양상이다.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이 작년 12월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금소연 변호인단을 만나 소송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민원인에게 채무부존재 소송을 낸 것에 대해 금감원이 민원인 소송지원에 나서는 것과 별개로 소비자단체가 진행하는 소송에도 간접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금소연 관계자는 "12월 첫 미팅 이후 첫 공판 전에 구체적인 논의가 한번 더 이뤄질 것 같다"며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되면 금감원과 보다 적극적인 협조관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종합검사 대상으로 삼성생명을 지정할 경우 보복성 검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삼성생명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정할지에 대한 결정나지 않았다"며 "다만 삼성생명에 대해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