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기업과 금융이 합쳐서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 잡은 지 2년이 지났다. 이종(異種)의 만남을 통해 혁신을 꾀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카카오와 KT 등 굴지의 ICT기업이 현재 인터넷뱅크를 운영하며 기존 은행들이 선보이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을 했다. 시장 호응도 좋다.
최근 다우키움그룹이 세 번째 인터넷뱅크 선정에 출사표를 던졌다. 금융업계는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이자 선도적인 ICT기술을 선보여온 다우기술이 키움뱅크의 대주주가 되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벗어났다. 키움컨소시엄의 가장 앞자리에는 다우기술이 아닌 키움증권이 섰다. 키움증권의 다우기술의 자회사(지분율 47.70%)다. 컨소시엄 내 키움증권의 지분율은 25.63%다. 다우기술의 지분율은 3%에 그쳤다.
결국 증권사가 은행을 하는 모양새다. 은행과 증권사의 만남은 그다지 혁신이라고 표현하긴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의 기준으로 혁신성·포용성·안정성을 내세웠다. 다우키움그룹이 혁신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우기술 대신 키움증권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 다우기술 자본력, 인터넷은행 이끌기에 역부족
문제는 돈이다. 키움증권이 전면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다우기술의 자본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고 나가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컨소시엄은 약 3000억원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출범이후 정상적인 여신영업을 위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다우기술에 쌓인 이익잉여금 규모는 328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76억원에 그친다.
반면 키움증권의 곳간은 두둑하다.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1938억원이 쌓여있다. 현금 및 예치금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현재 영업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두 출범 당시보다 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대출 등 영업이 확대되면서 자본금 규모를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제1호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의 출범 당시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4774억원으로 불었다. 카카오뱅크는 3000억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두 은행의 증자 과정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지만 증자에는 불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발생하는 실권주는 주요주주인 KT와 카카오가 인수했다. 두 업체는 현재 각 인터넷뱅크의 대주주는 아니지만 대주주가 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받는 중이다.
키움뱅크는 처음부터 자본동원력이 충분한 키움증권을 대주주로 내세워 향후 증자과정도 매끄럽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키움증권 "우린 그냥 증권사가 아니라니까요"
자본력이 충분하지만 혁신성은 여전히 과제다. 증권과 은행의 만남은 흔하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이 증권사를 가지고 있고 협업도 진행 중이다. 심지어 계열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증권사와 은행의 협업은 찾기 쉽다.
이에 대해 키움뱅크 측은 이런 우려를 떨치고 혁신성의 보완을 위해 다양한 ICT기업의 참여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에는 메가존클라우드와 SKT, 한국정보인증, 11번가, 한국정보통신, 아프리카TV, 에프앤가이드 등 다양한 ICT기업이 주주로 참여한다.
키움증권은 키움뱅크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ICT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또 키움증권 자체도 단순한 증권사로 보기보다는 증권업계에서 다양한 혁신성을 선보인 ICT기업적인 면모를 보아달라는 주문이다.
키움증권은 일반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증권사다. 2000년 이후 개인 주식거래금액 기준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무점포 온라인 주식매매 방식의 사업모델을 처음 시도했고 현재까지도 온라인 주식거래 시장에서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도입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키움뱅크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ICT기업들이 재무적인 여력이 없어 인터넷뱅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무적 안정성과 ICT적인 이해도가 뛰어난 리딩기업으로 키움증권을 내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규모가 작은 혁신기업들의 참여가 이뤄진 것이 우리 컨소시엄"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