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사와 기업의 신남방지역 진출을 지원하는 현지 컨트롤타워 '한국-아시아 금융협력센터KAFCC. 가칭)' 설립이 내년을 목표로 추진된다.
금융업계에서는 'KAFCC'가 설립될 경우 동남아시아지역(아세안 국가)으로 향하는 금융회사들의 발길이 빨라지는 동시에 국내 금융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아세안국가 중 금융사 진출이 까다로운 태국 등에도 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신남방특위 "KAFCC 10월 방안 확정해 내년 설립"
2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신남방특위)-금융권 간담회'가 개최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두번째 열린 간담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번 필요성이 제기된 '한-아시아 금융협력센터' 설립방안에 대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용역의 중간결과를 보고 받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주형철 신남방특위 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도 신남방정책은 대한민국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며 "특히 금융협력은 다양한 경제협력 이슈 중에서도 매우 역동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5년 사이 은행 해외점포 대부분이 신남방 지역으로 진출했고 수익은 3.3배 증가했다"며 "신남방 지역 진출 기업이 5000개가 넘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중 아세안이 총 164개(37.7%)로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이다. 또 최근 5년 내 문을 연 은행 해외점포 45개 중 44개가 신남방 지역이다.
주형철 위원장은 "해당지역은 현지 인프라 부족과 국내 기관의 진출국가 편중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금융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고 진출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최대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KAFCC'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KAFCC 설립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인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아세안금융연구센터장 역시 "현재 아세안 지역에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 인력이 파견돼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아울러 지원이 일원화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센터장은 "KAFCC 설립을 통해 인력 및 전문성을 보완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금융지원과 금융 인프라 협력, 현안 교섭, 우리 금융권 진출의 애로사항 해결 지원 등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용역에 따라 신남방 특위는 오는 10월까지 설립방안을 확정해 내년 센터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금융업계 "KAFCC 설립, 진출지역 다변화·기업 진출 확대 효과 기대"
금융업계에서도 KAFCC 추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정부의 지원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설립되면 해외진출 속도와 현지화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특히 KAFCC가 아세안국가 뿐만 아니라 인도 등 아시아 전반의 금융과 기업 진출을 지원하는 만큼 그간 일부 국가에 집중됐던 진출 지역도 다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 지점의 순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은행 전체 수익의 1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라며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을 5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현지에서 지원을 강화하게 되면 그만큼 해외 거점 확대에 도움이 되고 수익도 늘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세안지역에 국내 금융사 거점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진출하면 해당 지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되면서 금융회사와 기업 모두 성장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KAFCC가 설립되면 그동안 진출이 쉽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태국이 대표적이다.
태국은 국내 금융회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높은 진입장벽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요원하다는 점 때문이다.
서병호 센터장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태국정부가 국내 금융회사의 철수를 만류했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철수했다"며 "이 때문에 현재 관계가 요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당시 점포를 철수 하지 않은 일본의 경우 현재 주요 은행과 보험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태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태국은 금융회사가 진출하기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 회사 개별로 진출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며 "금융당국은 물론 외교채널 등 정부의 지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국에 진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이 아세안 국가 중에서 경제 규모 1~2위를 다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태국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정부가 외교적인 협력을 강화해 준다면 태국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은 KAFCC 설립 후보지로 태국 방콕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제시했다. 방콕은 국내 금융기관의 진출은 부진하지만 진출기업의 정책지원 수요가 크고 인도차이나의 중심이라는 지역적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