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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팩트체크]①세금으로 집주인 이자 지원?

  • 2019.09.24(화) 14:27

안심대출 못받는 무주택자 등 불만 가중
안심대출 재원, 사실상 은행이 공급하는 구조
주금공, 자본적정성 문제로 증자땐 일부 세금 개입도

비싼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싼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 탈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하 안심대출)이 신청접수 8일 만에 신청액이 26조원을 돌파했다. 아직 신청기간이 6일이 남았지만 금융위원회가 예상했던 규모(20조원)는 이미 넘어섰다.

안심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불만도 많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유주택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심대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고정금리 대출자, 오피스텔 소유자 등도 불만이다.

안심대출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배경 중 하나에는 '내가 낸 세금이 남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안심대출에 관한 기사엔 '왜 세금으로 집주인 이자를 지원해주느냐'는 식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 은행, '주택저당채권' 팔고 'MBS' 투자 

정말 안심대출은 세금을 쓰는 것일까. 우선 안심대출의 구조부터 알아보자.

안심대출은 '대출의 환승'이다. 기존 시중은행에서 받은 주담대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운용하는 정책성모기지상품인 안심대출로 갈아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리는 3.39%(작년 주담대 신규취급액 기준, 한국은행) 수준에서 1.85~2.2%로 낮아진다. 대출자 입장에선 은행이 아닌 주금공에 돈을 빌리는 셈이다.

주금공은 안심대출 20조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금융위와 주금공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을 통해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MBS는 유동화기관(주금공 등)이 은행(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주택저당채권(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채권이다. 일반적으로 주금공은 MBS를 채권시장에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이번 안심대출은 MBS 물량 전체를 시중은행이 인수하도록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 주금공과 은행간 일종의 '스왑'(교환) 방식 MBS다.

2015년 주금공이 '안심전환대출' 33조9000억원을 공급했을 때도 시중은행은 주금공이 8차례 발행한 MBS 물량을 인수한 바 있다. 1년간 의무보유 기간도 있었다.

결국 안심대출 재원은 돌고 돌아 은행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①은행이 주택저당채권을 주금공에 이관 ②주금공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MBS 발행 ③은행은 MBS 매입 ④주금공은 MBS 매각 대금으로 안심대출 재원 마련.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은행의 손엔 '주택저당채권' 대신 'MBS'가 남게 된다. 3~4%대 금리를 받고 있던 주담대가 금리 1~2%대 MBS로 바뀌는 것이다.

은행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금융당국과 은행의 '관계'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면허권'을 쥔 금융위가 내놓은 정책을 무시하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MBS 발행이 확정되고 실제로 은행이 MBS를 매입하면 관치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 주금공, 자본적정성 하락…증자 가능성도 

그렇다고 안심대출에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안심대출을 주관하는 주금공에 세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은 MBS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가 늘어난다. 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주택저당채권은 주금공의 자산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MBS는 부채로 분류되어서다.

자산과 부채는 동시에 늘지만 자본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경우 주금공의 자본적정성은 떨어지게 된다.

주금공의 자본적정성 잣대는 핵심자본비율(핵심자본/위험가중자산x100)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금공의 핵심자본비율은 7.4%(2015년), 6.78%(2016년) 6.93%(2017년), 7.08%(2018년) 등으로 매년 6~7%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금공의 핵심자본비율이 최소 6% 이상 유지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주금공의 자본적정성이 위태위태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추가로 20조원 가량의 주택저당채권이 추가로 반영되면 주금공의 자본적정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주금공의 자본적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주금공법(51조)을 보면 손실금이 생긴 경우 적립한 금액으로 보존하고 적립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보존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5년 안심전환대출 시행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 증대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각각 2000억원을 주금공에 추가 출자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안심대출로 주금공의 핵심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되면 정부가 추가 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심전환대출 팩트체크]②은행, 울며 겨자 먹기?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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