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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보험상품 트렌드]자존심 버린 생보사, '제3보험' 시장 격돌

  • 2020.02.04(화) 15:03

생보사, 종신·CI 등 집중 벗어나 건강·상해보험 공략
상품구조도 사망보장 줄이고 손보사처럼 설계
손보 격전지였던 장기인보험 경쟁 더 치열해져

올해 보험사들이 주력으로 내놓을 보험상품은 무엇일까? 저금리·저출산·저성장이라는 3중고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위기를 타개할 보험상품 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기준(K-ICS) 도입으로 기존과는 다른 상품구조가 요구되고 있다. 2020 보험상품 트렌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올해 보험상품 시장 이슈를 꼽자면 단연 '제3보험 시장의 격돌'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에서 벗어나 건강·상해·간병 중심의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그동안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경쟁하던 제3보험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판매 가능한 보험종목의 영역이다. 생명보험의 정액보상 특성과 손해보험의 실손보상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어느 한쪽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영역으로 분류된다.

제3보험에 속하는 상품으로는 ▲우연하고 급격한 외래 사고로 인한 상해치료 등을 보장하는 상해보험 ▲질병에 걸리거나 그로인해 발생한 입원·수술·통원 등을 보장하는 질병보험 ▲상해·질병으로 인한 활동불능 등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태를 보장하는 간병보험 등이 포함된다.

손보사들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팔아온 암, 치매,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인 제3보험이고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된다. 생보업계는 대표적인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 CI보험을 제외한 '기타보장성보험'으로 분류하고 손보업계는 '장기인(人)보험'으로 부른다.

생보사들도 이같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제3보험 영역이 생·손보사 모두에게 열린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종신보험'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던 생보사들은 제3보험 영역에 집중하지 않았다. 종신·CI보험이 건당 보험료가 높은 만큼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생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았던 손보사들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제3보험 영역인 장기인보험 확대에 주력해 왔다. 일반보험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자동차보험 등에서 계속해서 적자가 나면서 제3보험이 손보사들의 주력 시장이 된 것이다. 최근 몇년간은 장기인보험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GA(법인 보험대리점)채널에서 수수료 경쟁이 불붙기도 했다.

◇ 생보사, 왜 제3보험에 뛰어들었나

이러한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배경에는 저성장·고령화로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CI보험 등을 판매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사망보장에 대한 소비자 니즈(needs)가 줄었고 경기침체로 20만~30만원대에 달하는 높은 보험료를 납입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또한 생보사들은 그동안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납입을 활용해 예·적금 보다 나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했지만, 올해 4월부터 추가납입한도가 축소되면서 이마저도 동력을 잃게 됐다.

이와 함께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시 종신보험처럼 장기간 유지되는 보험은 금리위험을 높일 수 있어 부담이 커졌다.

때문에 생보사들로서는 종신·CI보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확대가 절실해졌다.

보험업계 상품개발 담당 관계자는 "종신보험, CI보험은 건당 보험료가 높기 때문에 놓지 못할 시장이긴 하지만 판매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암보험,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영역에 있는 기타보장성보험들의 경우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고객 접근성이 높고 그만큼 다량판매가 가능해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종신보험 대비 수익성이 높아 제3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의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현황을 보면, 전체 보장성보험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타 보장성보험의 증가율이 눈에 띈다.

기타보장성보험은 건당 보험료가 종신보험, CI보험 대비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 전체 보장성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기타보장성보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3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3280억원 대비 18.29% 증가했다. 전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일반계정)이 3.41%에 그치고 종신보험, CI보험 등도 한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수치다.

한화생명은 같은기간 기타보장성보험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한화생명의 기타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7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5990억원과 비교해 32.88% 증가했다. 같은기간 전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3.77%에 그쳤다.

◇ 생보사 상품, 손보사 처럼 바꿔 시장공략

생보사들은 제3보험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보장성상품들을 손보사 상품처럼 구조를 바꾸고 있다. '생보상품의 손보화'다.

그동안 생보사들은 암보험 등 제3보험을 판매하면서도 사망을 보장하는 담보를 주계약으로 하고 추가로 암입원, 암수술 등 특약을 넣는 구조의 상품을 만들어왔다. 주계약이 크고 무거운 구조였던 셈이다.

반면 손보상품들은 상해사망 등으로 주계약을 가볍게 하고 다양한 특약을 부과해 DIY(Do It Yourself)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상품들을 내놨다. 가입자 선택에 따라 상품의 핵심 보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상품개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생보사 상품들은 기존 구조를 버리고 손보상품의 형식을 택하고 있다.

한 예로 한화생명이 올해 첫 상품으로 내놓은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의 경우 주계약을 가볍게 하고 '다양한 특약을 활용해 자유로운 상품설계가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수술 등 기존 간편가입보험에 부가했던 5개 특약을 35개로 늘렸다. 여기에 대상포진 및 통풍, 뇌혈관질환, 당뇨 및 합병증, 인공관절·관절염·백내장·녹내장 수술자금 등 다양한 질병 특약도 부가했다.

사망보장을 주계약으로 하지 않을 경우 보험료 수준이 낮아져 그만큼 고객 접근이 쉬워진다. 월 30만원짜리 보험과 월 3만원짜리 보험을 선택하는 것은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주계약 종신보험에 추가로 특약 몇개를 부가하던 상품구조를 최근 손보상품처럼 바꿔 판매하고 있다"며 "기존대비 보험료가 낮아지는 만큼 고객 1인당 생산성은 낮아지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러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망보험을 정기보험으로 저렴하게 전환하고 나머지 보험료로 부족한 건강보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기존 종신보험의 이차역마진을 극복하는 동시에 일명 '보험 리모델링'을 통해 신규 영업과 수익확대가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생보사들이 제3보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미 손보사들의 격전지였던 제3보험 시장에서의 새로운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손보사들이 그동안 여러 증권으로 복층설계를 했던 것과 달리 생보사들은 하나의 증권에 담보를 담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던 만큼 생보사 설계사들이 이런 구조차이를 빨리 적응해 극복할 수 있을지가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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