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등 4대금융지주의 지난해 글로벌사업을 순익으로만 평가하면, 신한과 우리가 선전했고 KB와 하나는 뒷걸음질 했다.
하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올해 각각 캄보디아와 베트남 효과가 발생해 해외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4대금융, 해외 순익 증가-전체실적 내 비중은 제자리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익은 총 971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8599억원 수준에 비해 12%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금융지주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6.6%에서 6.5%로 소폭 낮아졌다. 해외 순익도 늘었지만 국내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해외에서 397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전년 3228억원에서 23% 늘었다. 지주 전체 실적 중 해외실적 비중도 12%에 달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240억원 순익을 냈다. 지주체제전환 전인 2018년 우리은행의 해외 순익 2000억원 보다 15.8% 늘어난 것이다. 전체실적 중 해외실적 비중도 10%를 넘겼다.
반면 KB금융지주 해외 순익은 471억원으로 전년 596억원에서 20% 줄었다. 글로벌 순익을 공개하지 않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018년 3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2900억원 수준으로 약 5%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신한‧우리 "고맙다 동남아"-KB‧하나 "아쉽다 중국"
신한금융지주의 해외 순익 증가에는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베트남법인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이 벌어들인 순익은 전년 964억원에 비해 30% 늘어난 1258억원이다. 신한은행의 해외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대비 4%포인트 높아져 34%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지주 또한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지역이 순익 증가에 기여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순익이 꾸준히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중국'이 아팠다.
KB금융지주의 해외 거점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내는 곳은 중국, 홍콩, 런던 등이다. 지난해 몰아친 미‧중 무역분쟁,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까닭에 글로벌 순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해외 현지별 주요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규모인 은행 중국법인이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순익이 다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가장 큰 순익을 냈던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실적 악화가 뼈아팠다. 하나금융의 해외 주요 수익원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하나은행인도네시아법인, 미얀마 하나은행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이다.
이 중 하나은행인도네시아법인의 순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432억원의 순익을 냈다. 미얀마 하나은행마이크로파이낸스는 순익이 약 10%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순익 수준이 20억~30억원 안팎이라 비중이 크지 않다.
반면 2018년 544억원의 순익을 냈던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순익이 75억원으로 86%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충당금 전입액이 2018년 197억원에서 2019년 645억원으로 치솟은 것이 주요인이다. 위안거리는 있었다. 글로벌 순익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베트남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 지분투자 이후 주가가 상승해 평가이익이 커졌다.
◇ 올해 KB-캄보디아, 하나-베트남 기대
올해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지금까지와 비슷한 보폭으로 해외 순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도 해외순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B금융의 주력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소액대출 금융사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프라삭의 2018년 순익 규모가 915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KB금융지주 해외순익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프라삭 인수를 기점으로 5년내 해외 순익 비중을 10%로, 10년내 20%로 올리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인수한 BIDV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순익창출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BIDV가 보유한 1000여개의 지점과 5만8000여개의 ATM 등의 영업망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국 현지법인은 미국-중국 무역분쟁 추가 합의,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남아있는데 이를 베트남에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