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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 와중에 예금금리 올리는 저축은행들

  • 2020.09.16(수) 16:26

이달 대형 저축은행 예금금리 잇따라 인상
'자금난' 영세 중소기업 대출 수요 확대 주목

대형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론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렸을 때 자금을 끌어와 덩치를 키우려는 목적이 강해 보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출길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들로 몰리자 대출 재원 조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그만큼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벌써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1.70%입니다. 지난해 9월 2.5% 가까이 올랐다가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달엔 1.66%까지 떨어졌는데 이달 들어 다시 반등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시중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연 1% 안팎이니까 꽤 높은 수준입니다.

이번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대형 저축은행이 주도했습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먼저 불을 질렀는데요. 지난 1일 12개월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1일 또다시 0.2%포인트를 올렸습니다.

지난 14일에는 OK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고, 대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도 이달 들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인상했습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은 다양합니다. 우선 유동성이 많이 풀렸을 때 시중 자금을 끌어오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위기 상황을 자산 규모를 확대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건데요. 반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선두권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나서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예·적금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기 마련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잇달아 고객이 이탈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소상공업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중고가구 거리인 황학동 거리는 폐업을 앞두고 상품을 정리하는 상인들로 가득하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업계에선 특히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을 찾는 중소기업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최근 회사채 등급이 낮은 중소형 캐피탈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대출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캐피탈사 문을 두드리던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대형 저축은행의 실적 확대도 기업 차주가 늘어난 덕분인데요.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캐피탈사보다는 영업활동이 자유롭다"면서 "업계 전반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금리를 올리면 다음 수순은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메우려면 그만큼 대출 이자 수입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습니다. 대출 재원의 대부분을 예·적금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건데요. 올해부터 예대율 규제를 적용받기 시작한 만큼 구조적으로 봐도 예·적금을 확대하지 않고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순 없습니다.

물론 주어진 범위 안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비용을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여신 규모는 수신 규모에 비례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입니다. 금리 인상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긴 한데요. 코로나19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가계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대출 수요도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문제는 건전성인데요. 대출을 늘리면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저축은행도 적지 않은데요.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전략이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나은 성적표를 받게 될까요. 벌써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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