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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피해자모임, 금융권 지배구조 '저격'

  • 2022.03.23(수) 17:22

사모펀드 피해자들, 주총서 집단행동 예고
100% 피해보상 대신 경영진 '겨냥' 목소리

주요 금융지주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성토장이 될 모양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배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모임은 100% 피해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이어지면서 주주총회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다. 

특히 피해자모임은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권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 앞서 경영진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간에는 100% 피해보상만을 외쳤지만 이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자체를 흔드는 목소리까지 낸다는 얘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모펀드 피해자모임, 일제히 투쟁 예고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24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IBK기업은행 주주총회와 25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등에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각 사모펀드 피해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의 주관으로 구성됐다. 

24일로 예정된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모펀드 피해자공대위는 라임펀드 피해를 야기한 것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 등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공대위 측은 "신한금융지주는 라임사태로 임직원이 구속재판을 받는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재선임 하기로 했다"며 "이는 사모펀드 관련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했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의결권자문사인 ISS가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재선임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국민연금 역시 라임사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예정된 기업은행 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2560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를 야기한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이 2조241억원이며 이중 30.7%에 해당하는 6220억원을 배당성향으로 결정했다"며 "기획재정부는 올해 3701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정부는 최대주주란 이름으로 배당금을 매년 받아가면서 왜 피해자들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대위는 기업은행 주주입장에서 주주총회에 참석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직접 입장을 전달하는 등 강경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5일로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예정이다. DLF(파생결합증권)으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관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를 선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피해보상 넘어 지배구조 흔든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공대위의 행동이 온전한 피해보상을 넘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까지 흔드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그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나 각 펀드 판매사 혹은 운용사 본점 앞에서 100% 피해보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해보상을 내세우기 보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공대위의 행동에서는 그간 피해보상을 요구하던 것과 달리 CEO, 사외이사 등에게 책임이 있다며 지배구조 자체를 흔드는 모습을 보인다"며 "그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100% 피해보상을 위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금융사 경영진 쇄신이 필요하다는 시민단체들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금융사 최고 경영진을 흔들면 두 단체들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포석에 깔렸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투쟁은 사모펀드 피해자들로 구성된 피해자모임 뿐만 아니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통상 40~80%를 배상하라는 분쟁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피해자들은 일부 금융회사가 100% 피해보전을 약속한 선례를 보고 모두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쌓인 일부 시민단체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지난해 금융회사들이 역대급 순익을 낸 것도 이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14조5429억원의 순익을 내며 사상 최대 순익을 경신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사들이 역대급 순익을 낸 것이 피해자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따라 최대한 성실하게 피해보상안을 마련했고 또 협의가 진행된 건에 대해서는 보상을 모두 완료한 만큼 이런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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