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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예금전쟁]고금리 상품 만기에…'속수무책' 저축은행

  • 2023.10.01(일) 09:11

치열한 자금 유치 경쟁…시중은행 예금 4%대
저축은행 평균 금리도 4%대…유동성 위기 우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4%대를 넘기면서 저축은행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권도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주요 예금 상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은행권과의 금리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연체율 상승 등 저축은행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신 재유치까지 어려워지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이 무리하는 수준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번 금리 경쟁이 다시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12개월 만기·우대금리 기준) 금리는 연 3.90~4.05%로 나타났다. 9월초까지만 해도 연 3.50~3.85%(9월6일 기준) 수준이던 금리 상·하단이 20여일 만에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저축은행들의 금리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같은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12개월 만기)는 연 4.19%로 같은 기간 동안 0.04%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수신고를 다시 메워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최고 연 6%대 금리 예금 상품을 선보였다. 이 기간 동안 저축은행은 수신잔액을 급격하게 끌어모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잔액 기준)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3년 이후 지난해 10월(120조9909억원) 처음으로 12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저축은행은 이때 끌어모았던 수신 잔액이 현재 만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금리를 끌어올려 수신 재유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은행권과 금리차가 0.5%포인트도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수신유치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정도 높게 설정한다. 은행채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오직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수신 경쟁을 벌이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무리하게 올린 예금금리가 올해 수익성 악화와 적자 전환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통상 수신 상품의 금리를 올리면 나가는 이자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반면 받아야 하는 이자수익은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20%)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을 제한받는다.

따라서 법정 최고금리 수준에 근접하는 대출을 주로 취급해 온 저축은행들은 수신 금리 인상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의 지난 상반기 이자수익은 5조433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5044억원)보다 20.62%(9287억원) 늘어났지만, 이자 비용은 2조65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2066억원) 대비 120.24%(1조4508억원) 급증했다.

이에 저축은행 79개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9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528억원으로 9년 만에 첫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434억원의 손실을 낸 것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8956억원)와 비교하면 1년새 순이익이 9918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0.1%포인트 금리 차에도 매우 민감하다"면서도 "최근 실적이 안 좋아 지난해처럼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신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같이 올려야 하는데 저축은행은 대출금리를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까지만 올릴 수 있다"라며 "나가는 이자 비용은 늘어나지만 들어오는 이자수익은 제자리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저축은행들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사 선임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은행들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고 올해에도 조달 비용 증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익성 및 건전성 저하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금(12개월)보다 대출금(34개월) 평균만기가 긴 만기 불일치 위험은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출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신 재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업권과 금융당국에선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전체 대손비용(6292억원)은 전년 대비 48.3% 늘었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4.15%)도 규제 비율(7~8%)보다 높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에 저축은행의 영업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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