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 5%대 가까이 상승했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내려온 데 이어 저축은행권 평균 예금마저 연 3%대로 하락하자 투자처를 찾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하루만 맡겨도 연 5% 이상의 금리를 보장하는 '고금리 파킹통장'이 소비자들의 대기성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에선 최고금리가 연 7%인 파킹통장까지 등장했다. 다만 고금리 파킹통장은 대부분 100만원 이하 소액에 대해서만 최고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이자 지급액은 크지 않다. 이에 '파킹통장 쪼개기'에 나선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 단리)는 3.88%로 집계됐다. 4.24%까지 상승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세달 새 0.36%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금융권 예금금리 경쟁이 치열하던 2022년 말(5.51%)보다는 무려 1.63%포인트나 줄었다.
저축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5.37%(1월1일 기준)를 기록하며 5%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1월 말 4.71% △2월 말 3.79% △3월 말 3.77%로 내려갔다. 이후 4월엔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7월 중순에는 4%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역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55~3.70%(12개월·우대금리 기준)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만 해도 3.70~3.75%로 금리 하단이 3%대 후반을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3%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이다.
예금금리가 떨어진 것은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1년물, AAA) 금리는 전날 기준 3.609%로 한달 전인 12월 11일(3.912%)과 비교하면 0.30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저축은행들도 발맞춰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내려가면 반대로 저축은행들의 예금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금 잔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전월(868조7369억원)대비 19조4412억원 감소했다. 반면 요구불예금 잔액은 616조745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8조439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 만기를 맞은 소비자들이 정기예금 재가입보다는 다른 고금리 특판이나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요구불통장에 돈을 예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파킹통장에 특화돼 있는 저축·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융소비자들의 대기성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 파킹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적용되고 별도 해지나 재가입 없이 예치금에 인상된 금리가 자동 적용된다. 따라서 예치 금액과 기간, 입출금 횟수와 관계없이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돈을 오래 묶어두고 싶지 않지만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파킹통장도 기존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연 7%가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까지 등장했다. OK저축은행 'OK짠테크통장'은 최대 50만원까지 우대조건 엾이 연 7%(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연 3.5%금리가 제공되고 가입 대상도 OK저축은행 보통예금을 보유하지 않은 신규고객이다.
에큐온저축은행의 '플러스자유예금'의 경우 연 4.1% 금리를 최대 2000만원까지 적용한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입출금통장'은 1억원 한도로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연 0.2% 금리가 적용된다.
인터넷은행들에서도 파킹통장 금리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생활통장'은 300만원까지 연 3%(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케이뱅크에는 조건 없이 누구나 하루만 맡겨도 연 2.3%(세전)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플러스박스'도 있다. 플러스박스는 최대 10억원까지 입금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이달초 파킹통장 상품 '세이프박스'의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해 2.1% 금리를 적용했다. 또 이자를 원할 때 바로 받을 수 있다. 최대 1억원까지 보관 가능하다.
다만 고금리 파킹통장의 경우 100만원 이하의 소액에 대해서만 최고금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실제 이자 지급액은 크지 않아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실제로 OK저축은행은 'OK짠테크통장'를 예시로 들면 금융소비자가 50만원을 파킹통장에 1년 동안 넣어 놓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약 3만원 수준이다.
이에 '짠테크족'들 사이에선 소액 한도로 여러 파킹통장 상품을 쪼개 가입하는 방식으로 고금리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법인 '파킹통장 쪼개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리가 높은 대신, 한도가 낮은 여러 금융사 파킹통장 상품에 자금을 분산해, 조금이라도 이자수익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파킹통장 신규가입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파킹통장에 돈을 잠깐 예치해 두고 고금리 특판이나 투자처가 나오길 관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