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은행주 기 펴나]은행주 역할론에 '투자 판' 바뀔까

  • 2024.02.12(월) 09:00

정부 추진 '기업가치 개선'에 은행주 역할 필요
일시적 상승세?…당국 규제 불확실성 해소 관건

정부가 지난달 중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은행주가 이례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은행주 상승이 '저PBR주 광풍'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지, '비정상의 정상화'일지 엇갈린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 KRX 은행 지수는 757.63으로 한 달 전인 지난 1월 5일 종가보다 17.8% 올랐다. KRX은행지수에는 금융지주 7곳과 카카오뱅크, 제주은행, 기업은행 등이 포함돼 있다.

저평가 해소에 은행주 역할 필요…기대감

은행주가 이처럼 큰 폭으로 움직인 것은 지난 1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 1일과 2일 KRX은행 지수 등락률은 각각 5.3%, 5.9%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 7곳에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주주서한을 발표한 지난해 1월 3일 6.5% 오른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은행주는 정부가 지난 1월 중순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 시가총액이 PBR 1배 미만 기업을 집중 관리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크게 상승했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PBR 지표가 낮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공개해 PBR 상승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러자 PBR이 1배 미만인 은행주 등 금융주와 통신, 자동차 등의 업종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종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들의 PBR은 신한금융지주(0.41배), KB금융(0.43배), 하나금융지주(0.40배), 우리금융지주(0.35배) 등으로 1배를 훨씬 밑돈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JB금융지주(0.47배)를 제외한 BNK금융지주(0.24배), DGB금융지주(0.26배) 등이 이보다 낮았다.

일각에선 최근의 은행주 상승이 일시적으로 그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구상한 만큼 은행주의 투자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해 왔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 2021년에는 당국이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배당성향 20% 제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규제 불확실성은 은행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지난해부터는 금융지주들이 각사의 자본 여력에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성향 등을 조정하는 등 주주환원정책 자율성이 높아졌지만, 간접적인 압박은 이어졌다.

다만 금융당국이 밝힌 기업가치 개선 정책에 은행주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고 그런 면에서 당국에서도 어느정도 뒷받침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산업이나 선두에 있는 산업이 증시 저평가 해소에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시총이 큰 은행주가 평균을 깎아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주 저평가 개선이 없이는 '밸류업'이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적어도 총선 전까지는 친화적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은행주 '규제산업' 한계도 명확

금융지주들의 실적 및 주주환원율에 대해서는 향후 개선 여지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한 증권사 금융지주 담당 연구원은 "주가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실적인데 은행 순이익은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실적 자체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론 (투자)환경이 변화하면 기업가치의 개선 여지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은행주가 크게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도 여전하다.

증권사 다른 한 연구원은 "이번에 은행주가 상승한 데는 정부가 일본을 벤치마킹한 정책(밸류업) 도입을 시사하면서 일본이 당시 상승세를 보였던 점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전향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커진 데 있다"며 "후자의 영향이 컸다면 과거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한 이후에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 하락한 경우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하긴 섣부르다"고 말했다.

은행이 근본적으로 규제산업이고 이로 인한 당국의 상생금융 및 ELS 배상 압박 등이 은행의 실적과 주가를 악화하는 요인들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향적인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가치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