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에도 압력을 행사에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 임원들이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부당대출이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기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가 우리금융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이 결여된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러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우리금융을 샅샅히 훑어본 후 개선점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7일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에 대한 부당대출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우리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았다는 검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관련기사 : 금감원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8월 11일)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은 손태승 전 회장 처남의 배우자와 장인 등에게 각각 7억원씩 총 14억원의 대출을 내줬다는 게 금감원의 조사 결과다.
특히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서 취급된 대출은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 내어준 자금은 비 우리은행 출신 직원이 대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우리은행 출신의 저축은행 그룹장의 결제로 대출이 집행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출은 법인 대출이었는데, 자금이 해당 법인 대표이사 개인계좌로 이체돼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캐피탈에서 내어준 대출은 원금 미납으로 기한 이익 상실됐고 신용등급 악화, 담보물 시세하락 등 상환여력이 악화됐다. 우리은행 출신 여신심사본부장 등이 포함된 여신위원회에서 채권보전 조치없이 만기연장을 승인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부당대출의 차주와 관련인의 대출금 유용과 같은 위법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느슨한 윤리의식 등을 꼽았다. 우리은행 전직 임직원이 저축은행 등 계열사,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계사에 재취업해 대출에 관여하거나 취급, 관리를 소홀히한 점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내 구태의여한 조직문화, 느슨한 윤리의식, 지주차원의 내부통제 미작동 등이 금융사고의 예방과 조기 적발을 저해했다"라며 "금융지주 차원의 조직문화 및 윤리의식 등 문제점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강화하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이번 일이 우리금융 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파벌'의 영향이 강하게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전 회장은 우리금융 내 강력한 파벌인 한일은행 출신으로 그의 퇴임 이후에도 한일은행 출신 인사들의 (사실상의) 리더의 위치는 놓지 않았다"라며 "파벌이 강력하다 보니 퇴임 이후에도 친인척들에게 부당한 대출을 내어주는 것에 현직 계열사 임직원들이 응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