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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늘리면 건설경기 회복?…엉뚱 인센티브에 지방은행 '당혹'

  • 2025.02.24(월) 08:00

정부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포함
"건설경기-주담대 전후관계 맞지 않아"

정부가 지역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은행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지방은행 반응은 시큰둥하다. 애초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은 데다 건설경기 회복 전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확대하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지방은행이 지방 주담대 취급을 확대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올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인 3.8%를 초과해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는 지방 건설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주담대를 확대할 방안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지방은행이 주담대 관련 정책을 완화해봤자 수요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도권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가계대출이 폭증하다 보니 애를 먹었지만, 지방은 가계대출에 대한 이슈가 많지 않았다"며 "은행이 할 수 있는 대책이라 하면 유주택자 대출 허용 등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고,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야 주담대가 따라가는 개념인데 전후 관계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방은행들은 구체적 방안 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보완방안에는 주담대 확대 기준이나, 가계대출 경영 목표에 얼마나 반영할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작년까지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취했던 여러 조치를 금방 해제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작년까지 가계대출을 줄이라며 압박했는데 갑자기 뒤집은 셈"이라며 "앞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 발표도 남아있고, 여러 변수가 있는 상황인데 규제 조치를 확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주담대는 오히려 감소

실제 지방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지방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BNK·JB금융지주에 따르면 작년 BNK부산·경남·JB전북·광주은행 등 4대 지방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전년보다 2141억원(0.7%) 감소한 31조2713억원이다.

가장 감소 폭이 큰 건 전북은행으로 작년 주담대 잔액이 전년보다 3.5%(757억원) 줄었다. 이어 부산은행(-1.5%·2217억원), 경남은행(-0.1%·49억원) 등이었다. 광주은행은 유일하게 주담대 잔액이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1.8%(882억원)로 크지 않았다.

작년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일제히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30조4700억원(14.2%) 증가했다.

결국 지방은행은 기업·신용대출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주담대 잔액이 줄었음에도 작년 4대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조102억원(2.2%) 증가한 47조8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대출 잔액 역시 전년보다 3조9000억원(2.8%) 늘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안전한 주담대를 놔두고 기업·신용대출을 늘렸다는 건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출을 받기 어렵다면 주택 거래가 주춤할 수 있겠지만, 대출이 쉬워진다고 해서 주택을 사들이는 수요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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