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타그리소를 복용해야 하는가(Why do I take Tagrisso?)"
최근 미국 전역에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TV 광고가 송출됐다. 이 광고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를 다룬 것이다. 광고에는 실제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들이 등장해 치료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에선 전문의약품의 대중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캠페인성 광고를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환자의 인식 개선을 이룬다거나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타그리소의 TV 광고가 전문의약품도 어엿한 공공보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광고 등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문의약품의 소비자 대상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전문의약품이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반의약품이 말 그대로 누구나 일반적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약이라면 전문의약품은 전문가 판단없이 복용이 어려운 약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약품은 의료전문매체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는 허용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 제공은 사실상 금기의 영역이다. 자가진단 오남용, 왜곡된 의학적 판단, 불필요한 의료 수요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그 이유다.
광고가 약효만을 부각하고 부작용이나 사용 제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오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광고를 보고 특정 약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처방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만으로 환자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전문의약품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오히려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 제공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질환 및 치료 정보를 환자가 사전에 인지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과제다.
최근 다이소의 저가 영양제 판매나 창고형 약국의 확산 현상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건강 정보와 제품 선택에서 점점 더 주도적인 위치에 서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과 유통 채널도 다양화되고 있다.
물론 영양제와 전문의약품은 그 성격과 규제 수준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과 치료에 있어 주체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달라진 환경에서 전문의약품만을 '정보 비대칭'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는 기존 규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전문의약품 TV광고를 통해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미국 제약사 와이어스는 배우 셰릴 래드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위험을 알리고, 자사의 호르몬 대체요법제 '프레마린'이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광고는 폐경과 골다공증을 연관 짓는 대중적 인식을 형성하며, 폐경 이후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접근을 시도 중이다. 미국과 뉴질랜드는 전면 허용, 캐나다는 제한적 허용, 유럽연합은 원칙적 금지하되 일부 공익 목적 광고만 허용한다.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건강정보와 상업광고를 분리하는 '공익형 광고 모델'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역시 전문약 광고를 질환의 공익성, 약물의 신뢰도, 광고의 형식과 내용을 기준으로 단계적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단순히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의 이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자의 정보 접근권, 치료 참여권, 그리고 의료 현장의 신뢰와 안전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광고는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때로는 생명을 살리는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그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