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상시험 산업은 현재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글로벌PS) 대표는 17일 소피텔 앰배서더 잠실에서 열린 창립 25주년 맞이 기념 심포지엄에서 국내 임상시험 산업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해법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2000년 LSK글로벌PS를 설립한 이후 25년간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현장을 누빈 산증인이다.
성장 멈춘 국내 임상시험 산업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급성장했던 국내 임상시험 산업이 2012년 이후 10여년간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현황을 보더라도 10여년간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체돼 있다는 것은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규제와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대표는 신기술 기반 치료제에 대한 규제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유전자 치료제나 AI 기반 임상시험 등은 식약처 내부에서 '허가하기 불안하다'는 말로 묵살된다"며 "결국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IND) 및 신약허가(NDA)의 지연도 문제다. 그는 "임상시험계획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30일 이내 승인이라지만 실제로는 보완 요청이 반복되면서 3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미국 대비 4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심사관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심사 실수 시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규제를 더욱 경직되게 만든다"라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AI 임상시험과 같은 혁신적 시도는 아예 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몰프랙티스 보험 도입과 구조적 전환
이 대표는 결국 개인이 책임지는 지금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약처 심사관들을 위한 몰프랙티스 보험(Malpractice Insurance) 도입을 핵심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의료 사고에 대비해 의사들이 보험을 드는 것처럼, 심사관들도 실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FDA 심사관도 연방정보 소속 공무원이므로 직무 수행 중 과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직원 개인이 아닌 미국 정부가 책임지는 'Federal Tort Claims Act'(FTCA)의 혜택을 받는다.
그는 또한 식약처 시스템을 포지티브(허용된 것만 할 수 있다)에서 네거티브(금지된 것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식약처는 행정기관일 뿐이며, 과학적 판단은 국내 대학이나 병원 등 전문가 기관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등 선진국 사례처럼 심사는 최소한의 행정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금 '선진국 진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와 있다"라며 "지금의 경직된 규제와 책임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행정기관과 업계, 과학기관이 '파트너'로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 구조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입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