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전문 개발사 소바젠이 독자적 연구성과로 76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회사 성장 스토리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절대절명의 위기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며 새로운 도전의 희망을 보여준 모범 사례이기 때문이다.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 위한 창업
소바젠은 2018년 뇌전증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석좌교수와 연쇄 창업가인 경영 전문가 김병태 이사회 의장이 함께 설립했다. 소바젠은 창업 초기부터 독보적 연구성과와 탄탄한 연구개발 역량으로 미래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꼽혔다.
이 대표는 세계 최초로 뇌 세포속 극미량의 체성 돌연변이가 난치성 뇌질환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해 주목받은 연구자다. 이런 성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의 공동연구, 다케다-뉴욕과학아카데미의 과학혁신가상 수상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소바젠 역시 이 대표의 연구를 기반으로 체성 돌연변이를 표적해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 피질 이형성증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특히 기존 약물을 활용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 뿐 아니라 질병 유전자 발현을 직접 조절하는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했다.
ASO 치료제는 mRNA에 달라붙어 질병유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게 막거나, 잘못된 mRNA를 수정해 정상 단백질이 나오도록 하는 등 질환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차세대 치료기술이다. 바이오젠과 아이오니스가 개발한 초고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스핀라자가 대표적이다.
소바젠은 창업 초기부터 주목받으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시리즈A에서 100억원을 유치했고, 2020년 시리즈B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35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더믹이 시작되던 그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김병태 당시 대표의 결단은, 이후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최초 신약 개발을 위한 고난의 길
세상에 없는 최초의 신약(First-in-Disease)을 개발하는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시리즈B 투자금을 대거 투입해 독일에서 ASO 치료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영장류 비임상 실험을 진행했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23년 첫 ASO 치료제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도 틀어졌다.
하지만 소바젠은 비임상 진행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와 전략으로 새로운 국소 피질 이형성증 ASO 신약후보물질인 SVG105를 도출했다. 발작의 근본 원인인 mTOR 유전자만을 정확히 표적하며 이전 물질 대비 안전성 및 효과를 크게 개선된 물질이었다.
외부 기관의 투자와 회수 전략에 크게 영향을 받는 바이오벤처의 특성상 개발계획이 늦어지거나 변경되는 것은 회사의 존망을 결정지을 만큼 큰 문제다. 소바젠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팬더믹이 끝나면서 금리인상과 함께 바이오 투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투자사의 문이 닫히면서 소바젠을 비롯한 바이오벤처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직원들 급여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신약 후보물질 SVG105, 돌파구 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바젠은 신약 후보물질 SVG105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기술이전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문을 두드린 것.
그러던 중 중추신경계 및 뇌질환 신약에 관심이 높은 이탈리아 안젤리니 파마와 접촉이 성사됐다. 안젤리니 파마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유럽 제품명 Ontozry)의 유럽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큐어버스, 그린 테라퓨틱스 등의 뇌질환 신약을 도입하며 파이프라인 확장하고 있었다.
소바젠과 안젤리니 파마와의 기술이전 협상은 올해 초부터 급진전됐다. 바닥난 자금은 기 투자자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과감히 투자금을 선납입하며 회사의 숨통을 틔워 줬다.
투자 계약의 핵심 조건이 담긴 텀싯(Terms Sheet)이 오가며 기술이전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지난 7월초 233억원 규모의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초기단계 후보물질에 7600억 기술이전
소바젠의 난치성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SVG105는 사람 임상을 거치지 않은 비임상 단계 후보물질임에도 대규모 기술이전이 성사됐다. 비임상 중에서도 임상을 위한 GLP(국제 기준에 따른 안전성 평가) 독성시험도 진행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질병 완치의 근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성과와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금은 비공개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선급금을 수령했으며, 독성시험 등 비임상 개발 비용은 안젤리니파마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지 규모만 키운 계약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바젠 박철원 각자대표는 "이번 기술 수출은 의사 출신 기초과학자가 창업한 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면서 "비임상 초기 단계 과제가 기술이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 신약개발 기술의 창의성 및 우수성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 본격화, 코스닥 상장 '도전'
소바젠은 이번 기술이전으로 뇌전증 신약 개발의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SVG105는 2027년 글로벌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전임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또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조직에서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고, RNA 신약 스크리닝 플랫폼과 자체 개발한 뇌전증 모사 동물 모델로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소바젠은 기업공개에도 나선다. 올해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진행하고 2026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벤처 붐이 꺼지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들이 우수수 무너지는 현실에서 소바젠은 연구성과로 반전의 스토리를 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연구성과로 도전하는 바이오벤처들이 투자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좌절하고 있다"면서 "소바젠 사례가 그런 기업들에게 큰 용기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