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기업 툴젠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한 툴젠의 특허전이 결정적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맞춰 소송 자금 확보에 나섰으나 외부 자금 수혈이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툴젠의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한 이후 현재까지 회사의 정정공시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 툴젠은 지난달 15일 70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거래소는 신고서의 기재 미비 등 표시내용의 불분명함이 투자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툴젠 관계자는 "이번 정정 요청은 일반적인 정정 요청과 다르지 않다"며 "증권신고서상 추정이나 전망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기재할 것을 요청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정 절차로 일정이 미뤄지는 사이 주가 하락분이 고스란히 발행가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신주 발행가는 확정일 직전 일정 기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로 정해진다. 하락세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산정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더 낮은 주가가 발행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신주발행 공고가 나온 지난달 15일 9만6600원이던 툴젠 주가는 이달 16일 4만2900원까지 밀렸다. 한 달여 만에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일정 지연이 길어질수록 당초 계획한 701억원보다 조달 규모가 줄어들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툴젠은 거래소 요청에 맞춰 서류를 보완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툴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재 정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요청 사항에 맞춰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P 수익화 정조준…법률비용에 자금 우선 투입
이번 유상증자는 툴젠이 핵심 사업인 지식재산권(IP) 사업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자금 마련의 성격을 가진다. IP 사업은 특허 권리를 확보하고 이를 소송으로 관철해야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권리 범위를 넓히고 침해 주장을 관철하는 데 막대한 법률비용이 든다.
특히 올해 초부터 소송전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잇따르면서 자금 투입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지난 1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절차 속개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UC버클리(CVC)와 브로드연구소 간 저촉심사에서 브로드의 우선권이 인정되면서 그간 미뤄졌던 툴젠과 브로드 간 저촉심사 2단계 개시가 임박했다.
같은 시기 유럽·미국에서 침해소송 전선도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여러 전선에서 소송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만큼 법률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툴젠이 유상증자 추진을 위해 내놓은 증권신고서에도 이러한 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툴젠은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 701억원 가운데 37.5%인 263억500만원을 법률비용에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R&D 관련 비용 289억5000만원과 판매 및 일반관리비 148억2900만원은 후순위로 투입할 계획이다.
현금성자산 57억원…연 100억 소송비용 감당 부담
특허전쟁의 본게임에 돌입했지만 툴젠의 곳간 사정은 녹록지 않다. 툴젠의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억원, 전체 유동자산은 257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툴젠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소송 비용만 연간 100억원 이상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종상 툴젠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툴젠의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 주주님들의 힘을 모으는 절실한 과정"이라며 "확보된 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툴젠의 정당한 가치를 증명하고 주주 가치 제고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