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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2인자 리더십]⑤현대차 김용환 '은둔형 실세'

  • 2014.01.14(화) 08:01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 읽는 대표적 참모
탁월한 기획력과 성실함으로 성공..현대건설 인수 주역

지난 2010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하례식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대한상의 행사는 대통령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큰 행사였다.

 

신년회를 마친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행사장을 나서며 "눈이 참 많이 내렸네"라며 하늘을 쳐다봤다.

정 회장은 자신의 차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많은 인사들이 몰린 탓에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10여분을 기다렸을까 정 회장의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이 도착했다.

그러자 정 회장 옆에서 미동도 않고 서있던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는 정 회장 자리의 차문을 열었다. 정 회장이 차에 오르자 그는 반대편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곁에 앉았다. 모두들 수행비서로 짐작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누구죠?" "김용환 부회장입니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는 '실세형' '은둔형' '비서형'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이는 그가 오너를 '그림자'처럼 수행하기 때문이다.

 

▲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위기시마다 탁월한 기획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와 학맥, 인맥 등 어떤 관련도 없다. 오로지 실력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언제나 지근거리에서 수행한다. 여느 대기업 부회장과는 다르다.

현대차그룹에는 계열사를 포함해 총 11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 중 김용환 부회장이 가장 중책을 맡고 있다. 직책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의 신임도 가장 두텁다. 정 회장은 늘 공식 행사자리에 그를 대동한다.

김용환 부회장은 1956년 경기 평택 출생으로 동국대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실세라인으로 꼽혔던 '현대정공'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지난 83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후 줄곧 해외파트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1년 현대차 유럽사무소장을 거쳐 2003년 기아차 해외영업본부 부사장, 2007년에는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사장)을 지냈다. 해외영업 담당 시절 정 회장 눈에 들었다.

이후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사장)을 지낸 후 지난 2010년 현대차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중 정의선 부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젊다. 그래서 부회장 승진 당시,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그가 중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오랜 기간 현대차그룹의 발을 묶었던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해외 판매에 집중했지만 판매 실적은 엉망이었다. 정 회장은 이때 당시 기아차 해외영업본부 부사장이었던 그를 주목했다. 그리고 그를 현대차의 해외시장 판매 부진을 해결할 해결사로 등용했다. 그는 오랜 해외 경험을 토대로 현대차 해외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2011년 현대·기아차가 '질적 성장'을 선언한 것은 해외시장 판매 호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질적 성장' 선언의 밑거름이었던 해외 판매는 김 부회장의 작품이었다.

 
▲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2010년 진행됐던 현대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현대그룹으로 넘어갔던 현대건설을 다시 찾아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기반을 더욱 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했던 것도 그의 작품이다. 당시 김 부회장은 이미 현대그룹으로 넘어간 현대건설을 되찾아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문제점을 파고 들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21층에서는 김 부회장 주재로 매일 회의가 열렸다. 다양한 논의들이 오갔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처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그에게는 상황 전반을 꿰뚫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면서 "각 부문의 보고를 받고 혼란스러워할 법도 했지만 언제나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품으로 돌아갔다.
 
■ 김용환 부회장의 성공 키워드 '성실'

그는 다른 부회장들에 비해 '초고속 승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상대적으로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는 평가였다. 아울러 그동안 정 회장이 보여줬던 인사 스타일 상 김용환 부회장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김용환 부회장은 지금껏 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위상이 더 단단해졌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최근 김 부회장은 수시 인사를 통해 기획부문에 3명의 부사장을 임명했다. 그만큼 기획부문의 역할이 강화됐음을 방증한다.

그의 성공 비결은 '기획력과 성실성'으로 압축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탁월한 기획력을 지녔다"며 "특히 위기 돌파 능력이 뛰어나며 매사에 철두철미한 데다 성실함까지 갖춘 최고의 참모"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가장 큰 장점은 입이 무겁다는 점"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콘트롤타워인 기획부문을 총괄한다. 그룹 전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한다. 또 정 회장 최측근이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건의 사건사고도 없었다. 
 
하지만 내부 불만도 있다. 정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라인'을 구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워낙 능력과 성과가 탁월해 큰 잡음은 없다"면서 "오너의 생각과 시각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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