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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⑥ 현대글로비스·엠코의 공통점

  • 2014.03.11(화) 10:46

계열사 일감으로 성장..상장·합병·매각 등 종잣돈 불리기

삼성그룹이 비상장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유가증권을 이용해 3세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현대차그룹은 비상장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3세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 

 

▲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 등 특정 계열사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사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


◇ 글로비스, 국내 매출 75% 계열사서 나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001년과 2002년 현대글로비스에 각각 15억원을 출자해 지금까지 배당과 지분 일부매각으로 1600억원을 현금화했다. 작년말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의 주식가치만 2조7600억원에 달한다.

글로비스가 정 부회장의 자금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글로비스의 내부거래비중(국내 계열사 매출/총매출액)은 35%로 다른 대기업집단(평균 12%)보다 월등히 높다. 총매출액이 아닌 국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글로비스의 계열사 매출비중은 75%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의 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율이 매우 낮다는데 있다. 현대차그룹은 ▲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형성돼있다.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려면 아버지인 정 회장을 대신할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핵심계열사 중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기아차 706만주(1.7%), 현대차 6445주(0.003%) 등에 불과하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와 기아차 등 상장사 지분가치는 3조2000억원으로 이를 모두 팔아도 정 회장 소유 상장주식(6조9000억원)의 절반도 살 수 없다. 결국 정 부회장으로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 글로비스를 닮은 현대엠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결정이 주목받은 것도 정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투자은행)업무 전문가는 "현대차 지배구조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결론은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모아진다"며 "현대엠코와 합병도 그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엠코는 총매출의 60% 이상이 계열사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룹 의존도가 높다. 정 부회장은 2004년부터 총 375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25.1%를 확보했고 그간 배당으로 470억원 넘게 회수했다. 여기에 이번 합병가액 산정에서 매겨진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3590억원)를 감안하면 정 부회장은 10년만에 3700억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글로비스와 닮은 꼴이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와 현대엠코 지분만으로 3조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IB전문가들은 현대엔니지어링(합병후 존속법인)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합병도 거론되지만 성사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신평사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먼저고, 이를 위해 기업가치를 올려놓는 일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며 "현대건설과 합병하더라도 상장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 지분 매각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 회사 지분 10%를 1000억원에 사들였음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션은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와 함께 현대차 총수일가의 지분율과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팔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 회장님의 비밀금고

▲ 2006년 3월말 검찰은 내부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현대글로비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비밀금고를 찾아냈다. 그때까지도 비밀금고의 존재와 위치를 아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극소수였다고 한다. (이미지=한규하 기자)
'회장님 금고를 열었더니 8400억원이 나왔다?'

 

2006년 3월26일 서울 원효로 현대글로비스 본사 9층 재무팀 사무실. 영화 속 한장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사관들이 사무실 벽에 세워진 책꽂이를 치우자 비밀금로로 연결되는 출입문이 나타났다.

 

금고 안에는 수십억원의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가 들어있었다. 재벌 비밀금고의 존재가 처음 확인되면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 이목이 더욱 집중됐고 보름여 뒤 현대차그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백기`를 들었다. 정의선 부회장의 검찰 소환 하루를 앞둔 시점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 1000억원을 조성하고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항소심 과정에서 정 회장은 2013년까지 개인재산 840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대법원 판결로 사재출연 의무는 없어졌으나, 정 회장은 비영리재단인 현대차정몽구재단을 설립해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약속을 이행했다.

 

정몽구재단이 현대글로비스(4.46%)와 이노션(10%)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이 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만6000명이 재단의 각종사업으로 수혜를 입었다.

 

현대차그룹의 비밀금고는 지난해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여주지청장(현 대구고검 검사)의 이력이 회자되면서부터다.

 

비밀금고의 위치를 제보받은 이가 윤 전 지청장으로 알려져있다.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근무하던 윤 검사는 현대차 내부제보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비자금 사건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대검에 파견돼 현대차 비자금 수사팀에 합류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활약하던 때다. 채 전 총장은 지난해 혼외아들 논란 속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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