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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자존심을 내놓다

  • 2014.06.09(월) 18:50

산은과 페럼타워 매각 논의..'세일앤리스' 방식될 듯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일로.."회복 속도에 달렸다"

"송구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아버님이 본사 사옥 짓는 일에는 마음 쓰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환경과 시대적 요청이므로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2010년 페럼타워 준공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친인 동국제강 창업주 고(故) 장상태 동국제강 명예회장의 유지에 반(反)한 것에 대한 죄송함이었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을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로 키우고 싶어했다. 페럼타워는 그런 그의 자존심이었다. 사옥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을 키우라는 선친의 유지를 거스르면서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철강 업황 악화는 그 자존심마저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다. 
 
◇ 접어야 하는 자존심
 
동국제강은 조만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철강 시황 악화로 갈수록 실적이 악화돼서다. 산은이 제시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에는 대가가 있다. 산은은 페럼타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요구했다. 산은은 동국제강에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제3자에게 매각한 후 이를 다시 임대하는 방식이다. 동국제강으로서도, 산은으로서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선친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건립했던 동국제강의 신사옥 '페럼타워'. 하지만 준공 4년만에 실적 악화로 매물로 내놔야하는 처지가 됐다.
 
페럼타워는 서울 종로구 수하동에 있던 옛 동국제강 본사 사옥을 다시 지은 것이다. 지난 2008년 공사를 시작해 2010년 완공했다. 지상 28층, 지하 6층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총 1400억원이 투입됐다. 페럼타워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건물이다. 장 회장은 "페럼타워가 앞으로 50년, 100년의 미래를 향한 동국제강그룹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힐 만큼 페럼타워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하지만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페럼타워까지 매물로 내놔야하는 상황이 됐다. 자존심을 지키기에는 현재 동국제강이 처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주력인 후판마저 조선 업황 침체로 매 분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도래하는 25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는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장 회장이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페럼타워를 내놓은 이유다. 페럼타워의 가치는 약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럼타워를 매각할 경우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다.
 
◇ 악화되는 실적
 
동국제강은 지난 5월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15년만의 유상증자다. 그만큼 동국제강의 재무 상황이 코너에 몰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22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11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부채비율도 지난 2011년 222.6%에서 2012년 228.8%, 작년에는 247.8%로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동국제강의 당기순손실은 1190억원, 부채비율은 297.4%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으로서는 페럼타워 매각과 유상증자 성공이 절실하다.
 

이재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후판수요개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품 판매량 증가가 미미하고 슬라브 가격 상승과 후판가 하락으로 후판의 적자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는 것은 철강시황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전방 산업인 조선업은 여전히 힘들다. 후판이 주력인 동국제강으로서는 뾰족수가 없는 셈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1년 4분기부터 후판부문의 영업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에는 포항 1후판 공장도 폐쇄했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연간 1500억~1600억원 수준의 금융비용도 동국제강에겐 부담이다.
 
◇ 시황 회복 속도에 달렸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철강 회사들이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표주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과 업계의 관심은 동국제강의 실적 회복 속도에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의 실적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업황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문제는 산은이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는가다. 산은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동국제강의 자산건전성을 제고하고 싶어한다. 페럼타워 매각 추진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상이다.

동국제강으로서는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 다행히 산은과 재무개선 약정을 맺은 이후 업황이 회복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동국제강의 앞날은 낙관하기 어렵다. 업계와 시장이 동국제강의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동국제강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동국제강이 재무개선 약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요건은 얼마나 빨리 철강 시황이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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