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제조업이 희망]효성 '소재 왕국' 꿈꾼다

  • 2014.11.17(월) 10:10

10년 노력으로 신성장동력 폴리케톤 확보
패키징 사업 매각으로 소재에 집중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효성이 소재 중심의 사업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신소재 폴리케톤과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은 섬유와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만 중공업과 건설부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범 소재사업이 중심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전체 매출의 80%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효성도 실적이 주춤한 상태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8.6% 감소한 1267억원, 매출액은 7.5% 줄어든 2조9597억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폴리케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라서 이익이 발생하지 않지만 효성은 생산시설 증대 등 지속적인 투자로 폴리케톤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 10년 투자의 결실 '폴리케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CO)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뤄진 고분자 신소재다. 나일론보다 충격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다.

 

내마모성은 최고 수준인 폴리아세탈(POM)보다 14배 이상 뛰어나고, 기체 차단성도 가장 우수한 에틸렌비닐알코올(EVOH)과 동등한 수준이다.

 

▲ 효성의 폴리케톤

 

효성은 폴리케톤 개발을 위해 10여년 동안 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부었다. 작년 세계 최초로 독자기술을 통해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국내 133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27건의 폴리케톤 관련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다.

 

효성은 폴리케톤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분야에서 향후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이 시장은 60조원 규모로 해마다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 최대한 빨리 상용화한다

 

효성의 주력 소재로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꼽을 수 있다. 스판덱스는 원료인 PTMG 가격이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타이어코드는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공세와 수요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폴리케톤의 상용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효성은 1250억원을 투자해 폴리케톤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내년 6월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안정적인 투자자금 조달 등을 통해 3개월 정도 완공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생산에 들어가 본격적인 영업 판매활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효성 관계자는 "폴리케톤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 의사가 확대되고 있어 시장 장악이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되면 이어서 추가로 5만톤을 증설하는 등 2020년까지 1조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최근 폴리케톤을 적용해 하수처리 분리막 기술도 개발했다. 표면에 80nm(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공기구멍이 분포돼 있는 평막 형태의 차세대 수처리용 분리막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친수성(물하고 친한 성질)이 있어 오염물질은 걸러주고 깨끗한 물만 통과시킨다.

 

시장조사기관 Front&Sullivan에 따르면 분리막을 활용한 하수처리 시장은 2011년 기준 8억3800만 달러 규모에서 2020년까지 연 평균 2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효성은 내화학성이 우수한 폴리케톤의 장점을 활용해 유기용매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 소재위해 패키징 사업 포기

 

효성은 지난달 29일 스탠다드차타드(SC) 사모펀드(PE)에 패키징 사업부문을 4150억원에 매각했다. 

 

패키징 사업부문은 PET 등 음료 용기를 제조 및 포장하는 사업이다. 작년 매출은 2300억원 정도로 전체(12조5792억여원, 2013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현금유동성이 좋아 알짜 사업으로 꼽혀 왔다.

 

이 같은 사업부문을 매각한 이유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향후 소재사업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재 효성은 폴리케톤 공장과 탄소섬유 공장 증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늘려놓은 차입금을 갚고, 향후 수출 규모가 늘어날 경우 필요한 추가 증설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매각을 통해 들어온 돈은 일단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향후 폴리케톤 증설 투자 및 소재 사업 투자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조석래 회장의 소재사랑

 

효성은 1981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PBT(폴리뷰틸렌테레프탈렌) PP(폴리프로필렌) 나일론-66 등 관련 소재 생산에 성공했고, 국내 최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기업으로 우뚝섰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며 효성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효성은 결국 알짜사업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매각했다.

 

이 사업의 매각으로 효성은 10년 동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할 수 없었다. 소재 산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조석래 회장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전혀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조 회장의 지시로 기술연구소(효성기술원)는 적합한 소재 찾기에 나섰다. 기술연구소는 미국 등 글로벌 화학회사들이 생산에 실패한 폴리케톤을 새로운 소재로 선정해 개발에 들어갔다. 10년여의 도전 끝에 지난해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