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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차이나]⑦'차고카페' 달구는 창업 열풍

  • 2015.03.03(화) 12:31

<르포> 베이징 중관춘서 '제2의 마윈' 꿈꾸는 中 젊은이들
리커창 극찬 '칭옌류마을'..700가구가 온라인상점 2800개 운영
이면에는 굴뚝산업 구조조정.."韓 기업도 신창타이 영향권"

[베이징(北京) = 윤도진 기자] "저희 3명 모두 종합병원을 그만 두고 나온 전문의입니다. 의학박사 출신 동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의 수학적 분석을 통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류하오양(劉昊洋), 29>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한 주문제작형 초콜렛이 저희 아이템입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친구들에게 서로 선물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죠. SNS 부가서비스 담당자들이 연락을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왕리(王莉), 여, 31>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설) 연휴가 갓 지난 지난달 27일 오후. 베이징 거리는 귀성객들이 미처 일상으로 복귀하지 않아 대체로 한산했지만, 정보기술(IT) 클러스터인 '중관춘(中關村)'의 한 카페만은 유독 북적였다. 이 곳의 이름은 '처쿠(車庫)카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차고에서 맨 처음 애플을 설립했다는 데서 착안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 

 

카페 안에 걸려 있는 소개글에는 "가장 맛있는 커피는 드릴 순 없지만 당신이 창업자라면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200평(660㎡) 남짓한 공간에 노트북과 휴대용 태블릿로 무장한 20~30대 남녀 80여명이 제각각 널찍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창업의 꿈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IT에 기반한 혁신 창업자, 이른바 '촹커(創客)'들이다.

 

▲ ①지난달 27일 오후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 창업거리 이노웨이(INNOWAY)에 위치한 '처쿠카페'에는 80여명의 청년 창업가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②또 다른 중관춘 창업카페 '3W'가 개최하는 '창업조찬회'. 투자자들과 벤처사업가들을 연결하는 자리다. ③,④처쿠카페 구인란 게시판에 투자자와 동업자를 구하는 게시물들이 20여개 붙어 있다. /윤도진 기자 spoon504@

 

◇ 두려움 없는 '바링허우(80後)' 창업 전선으로

 

중관춘 거리에는 '3W커피닷컴', '바비터(巴比特, 8비트) 인터넷 차관(茶館)' 등 비슷한 창업까페가 성업중이다. 홍창표 코트라 북경IT지원센터장은 "이런 창업 열풍이 신기술·고부가 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중국 '신창타이(新常態)'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카페에서 벤처회사 '하오신하오윈(好心好運, Good Mood Good World)'의 CEO 웨이칭천(魏淸晨, 37)씨를 만났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설관련 공기업에 다니다가 지난 2010년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다. 팍스콘(푸스캉, 福士康) 공장 근로자들이 한 해 10여명씩 투신자살을 한 사건을 겪으며 '분위기·정서'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개발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동업자 5명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은 10여초 동안 개인의 목소리나 표정 같은 생체정보를 인식한 뒤 그에 맞는 음악이나 체조, 미술작품 등을 추천해 기분을 환기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는 "현재 공장 2~3곳에 프로그램을 시범도입했고 개인용 앱으로도 개발한 상태"라며 "영문판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하오신하오윈 CEO 웨이칭천씨가 자신의 회사가 개발한 정서완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처쿠카페에는 이런 벤처기업이 20여개 상주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전반적인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신흥산업의 시장 확대와 함께 젊은 층의 창업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경기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층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 대기업 임원은 "경제적으로 이미 풍족한 바링허우(八零後, 1980년대 이후생)들은 우리 젊은이들과 달리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는다"며 "현실에 안주할 필요가 없으니 '제2의 마윈(알리바바 창업자), 레이쥔(바이두 창업자)'을 꿈꾸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리커창이 세계에 자랑한 '온라인상점 제1마을'

 

중국 정부도 '신창타이'를 역설하며 새로운 고부가 서비스 산업 분야의 창업을 적극 장려하며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신창타이를 설명하던 중 '동부의 한 작은 마을'을 예로 꺼내들며 "이곳이야 말로 중국 경제의 새로운 생동성"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리 총리가 작년 11월 방문한 곳은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의 칭옌류(靑岩劉) 마을. 이 곳은 인구가 700가구에 불과하지만 등록된 온라인 상점개수가 2800여개가 넘고, 이를 통해 매일 세계 각지로 3000만개가 넘는 각종 상품이 팔려나가고 있다. 리 총리는 방문 당시 "온라인 상점은 가상 공간에서 실물경제에 서비스해 거대한 시장 공간을 개척한다"며 "여기가 명실상부한 '온라인상점 제1 마을'"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런 중국 대중의 창업 열기는 세계에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중국 경기에 하방압력에 대해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단기적 성장보다는 장기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리커창 총리가 작년 11월 저장성 이우시 칭옌류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은 700가구 규모지만 등록된 온라인 상점개수가 28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인터넷 쇼핑업이 발달했다.(사진 : 신화시점)

 

중국의 벤처 창업 장려는 경기 둔화와 함께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중국은 매년 700만여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최근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채용이 줄어 실업문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IT를 포함한 첨단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창업시장은 늘어나는 구직 인구를 흡수하는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쑨쉐궁(孫學工)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노동인구 비율은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인구는 10년 사이 5배 넘게 늘어나는 등 노동력의 질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고급노동력에 기반한 창업을 통해 중국 산업구조의 선진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인건비 무서워 中사업 못하겠다면 아예 접어라"

 

반면 지금까지 '세계의 공장' 중국을 이끌어 온 이른바 '굴뚝산업'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서구권으로의 수출과 전국 각지에서의 부동산 개발을 원동력 삼아 덩치를 키워온 단순조립 위주의 제조업이나 철강, 시멘트 등의 중공업은 발 디딜 곳을 잃어가고 있다. 신창타이가 중국의 산업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작년 노키아를 사들이면서 승계받은 중국 베이징과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2개의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약 9000여명에 대한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소규모 제조업의 메카인 저장성 원저우(溫州)의 경우 작년 상반기 500여곳에 달했던 1회용 라이터 공장이 100여곳으로 줄었다. 베이징 남쪽 허베이(河北) 지역의 산업을 이끌었던 중소규모의 철강업종도 2~3년전부터 문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남아있는 기업들은 생존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국기업과의 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중국 사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중(對中) 사업에도 큰 변수가 된다. 코트라 홍 센터장은 "현대차가 애초 정한 충칭(重慶)시와 함께 허베이에도 새 공장을 건설키로 한 배경에는 철강산업 기반을 잃은 허베이가 투자유치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섰던 시기적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창타이라는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대중 사업전략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지 주재원들 사이에선 "'인건비 무서워 중국 사업 못 하겠다'는 '올드 노멀'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면 차라리 중국 사업을 접는게 낫다"고 지적이 나온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바뀌고 시장 구조가 고부가가치산업·중산충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중국 경제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콘텐츠를 우리가 먼저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는 3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노멀 시대의 중국'을 심층 분석·전망하는 국제경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중국측에서 쑨쉐궁(孫學工)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경제연구소 부소장, 샤오겅(肖耿) 경륜국제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노뉴멀의 실체와 중국경제 전망, 시장에 대한 영향을 주제로 강연한다.

 

국측에서는 정영록 서울대 교수, 박한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남수중 공주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뉴노멀 시대를 맞는 한국 경제와 산업, 자본시장 분야에서의 대응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 일시 : 2014년 3월 5일(목) 오후 2시~6시
▲ 장소 :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3층 주니퍼홀
▲ 후원 : 금융위원회, KOTRA, 금융투자협회
▲ 문의 : 비즈니스워치 국제경제세미나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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