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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아라미드사업 '-3900억' 안고 재출발

  • 2015.05.04(월) 16:51

아라미드 外 사업에서 이익 창출
아라미드 사업 키우려면 증설 필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6년 만에 듀폰(Dupont)과의 소송에서 해방됐다. 듀폰에 합의금을 주고 소송을 마무리하는 조건이다. 형사소송과 관련된 벌금까지 더하면 3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외손실을 떠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코오롱의 표정은 밝다. 그 동안 정체됐던 아라미드 섬유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아라미드 사업이 코오롱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코오롱이 벌금과 합의금을 내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라미드 사업만 놓고 보면 3900억원의 마이너스를 안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 5년 분할 납부, 부담은 없나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듀폰은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영업비밀을 사용했다며 손해배상과 영업비밀 사용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에게 9억2000만 달러의 손해를 배상하고 아라미드 제품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라는 처분이 떨어졌다. 사실상 코오롱이 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판결에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항소심에선 1심 판결이 파기환송 처분됐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생산 및 판매금지 등이 모두 무효화됐다. 이후 새로운 판사가 지정된 상태였고, 양사는 지루한 공방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코오롱은 이번 합의를 통해 듀폰에 2억7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형사소송과 관련해선 미국 검찰이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모의혐의에 대한 벌금 8500만 달러를 내야 한다. 벌금과 합의금으로 총 3억6000만 달러(3866억원)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코오롱은 소송 관련 충당금(750억원)을 제외한 금액을 상반기 내에 영업외손실로 처리할 예정이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코오롱의 아라미드 사업 매출액이 정체 상태였고, 변호사 비용과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합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벌금과 합의금을 향후 5년 동안 나눠 낸다. 우선 올해 1억1000만 달러를 내고, 해마다 평균 4375만 달러 정도를 갚아 나간다.

 

▲ 자료: 코오롱인더스트리 및 메리츠종금증권(대손충당금 제외, 환율 달러 당 1074원)

 

시장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현금창출능력을 감안해 이 돈을 갚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아라미드 사업 영업이익은 크지 않지만 산업자재 및 화학사업에서의 제품 판매량 증가와 가격 강세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5년 분할 상환이라 재정적으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올해와 내년 추정 EBITDA(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 지표)는 4642억원, 5370억원으로 자체 현금흐름을 통해 벌금과 합의금 충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돈 벌려면 추가 투자해야

 

코오롱이 아라미드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데이진(Teijin)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아라미드 섬유 시장은 기술적으로 신규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오롱 역시 1979년부터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 착수,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현재 세계 파라 아라미드 시장은 2조원 규모이고,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 코오롱의 아라미드 사업 매출액은 연간 800억~9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실제 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코오롱이 이익을 남기려면 추가 투자를 통한 증설이 필요하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생산 및 판매 금지 조항에 따른 위험부담으로 코오롱이 아라미드 섬유 생산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면서 "현재 연간 5000톤에 불과한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 시장은 기술 장벽이 높고, 성장성도 좋다"며 "코오롱이 헤라크론(아라미드 섬유의 제품명) 생산시설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익도 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코오롱은 소송 문제가 해결된 만큼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설 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제 자유롭게 아라미드 사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성장 계획이나 증설 등은 아직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라미드 섬유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섬유의 인장력보다 2배 가량 강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경량성과 내충격성, 비전도·비자성, 진동감퇴성능 등이 우수하다. 아라미드 자체로는 로프나 네트를 비롯한 토목·건축용 자재와 방탄의류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고무와 콘크리트 등과 혼합되면 광섬유의 보강재, 터이어코드, 브레이크 패드 마찰재 등에도 쓰여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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