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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노동시장 개혁, 이제는 필수다

  • 2015.05.19(화) 14:35

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확 풀자!] 산업부문
통상임금·정년연장 등 기업 부담 가중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절실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도 각종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그치거나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적다는 평가다. 특히 규제개혁은 내용과 함께 시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지금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과 통신, 유통, 금융 등 각 분야의 규제개혁 현주소와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물 경기는 여전히 터널 속이다. 환율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는 국내 기업들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통상 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은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부와 기업, 노조가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엇갈려 있는 상태다.

 

◇ 인건비 부담 갈수록 확대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기업들에게는 고정비용 증가를, 노동계에는 임금 상승을 의미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를 두고 양측이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이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이 첫 해에 부담해야 할 인건비만도 13조7509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나마 3년치 소급분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존 전망치 대비 3분의 1가량 줄어든 액수다.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법원이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3000억~4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지난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100점 만점
*2013년 지수 - 2006년 지수의 값이 -2.1점 이하 : 매우 유연화, -2.0~-0.1점 : 유연화, 0.1~2.0점 : 경직화, 2.1이상 : 매우 경직화.

 

정년 연장도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서 신규 인력을 수혈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다. OECD국가의 노동시장 경직성 지수는 지난 2006년 29.5에서 2013년 28.3으로 1.2 포인트 떨어진 반면 한국은 지난 2006년 28.3에서 2013년 35.8으로 7.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 근로자들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300인 이상 기업과 공기업은 지금보다 7년 가량 고용을 더 유지해야 한다. 신입사원보다 임금을 평균 3.1배 이상 받는 인력의 고용이 연장되는 것은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 신규 인력채용 줄여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100인 이상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5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 예상 규모는 전년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작년 0.5% 증가에서 올해 3.4% 감소로 전환됐다. 중소기업(100~299인)은 작년 1.7% 감소에서 올해 6.5% 감소로 폭이 확대됐다.

 

▲ 전년대비 신규 인력 채용(예정) 증감률(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신규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한 기업이 많았다는 점이다. '채용계획 미결정·유동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5.4%, '채용계획이 없다'는 15.5%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있거나 이미 채용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59.1%였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주목할 것은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유보한 이유다. 올해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줄일 계획인 기업들은 '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26.9%)를 '체감경기 미회복'(28.2%)'에 이어 두번째로 꼽았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36.5%)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신규채용은 작년 12만9989명 대비 6.3% 감소한 12만180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중 신규채용이 전년대비 늘어나는 곳은 7곳에 그쳤다. 감소하는 그룹은 19곳, 작년 수준은 4곳으로 조사됐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감소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이 신규 채용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경기상황에 맞게 인력조정을 쉽게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가 '답'

 

국내기업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연장 문제는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와 기업, 노조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관련 사안이 논의될 때마다 파열음이 생긴다. 노조와 기업, 정부는 지난해부터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입법화 등 국내 노동시장의 핵심 쟁점들이 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노사정 대타협은 결국 결렬됐다. 노조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의무화 등에 대해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근로자 해고 요건 완화 등에만 집중했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 파행을 맞은 셈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현재의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근로형태에 따른 맞춤형 임금제로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규모별, 업종별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갖춰 기업의 고정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골자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정비 축소로 마련된 재원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대신 전제조건이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보장 확대는 물론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해고 보호 완화, 기간제 사용 기간 확대 등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08년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덜란드도 좋은 사례다. 네덜란드 정부는 1982년 노사 모두를 압박해 임금인상 억제를 통한 고비용 구조 타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바세나르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후 네덜란드는 90년대 EU의 연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과거 산업화 시대의 노동시장 형태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임금체계 확립과 비정규직에 대한 혜택, 사회적 보장의 확대 등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무턱대고 국내 상황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해외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만의 노동시장 경직화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이다. 국내 노동시장 경직화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고용구조가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과거 산업화 시대때 사용했던 기존의 노동규제는 지금의 변화된 노동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계약직 고용기간 무제한 확대, 파견직 근로자 금지업종 외 업종 파견 허용, 비정규직 보호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일 KDI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경직화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막아 성장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사업장으로의 이동과 이직이 자유롭게 이뤄져야만 노사간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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