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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③'돈의 힘' 중국의 부상

  • 2015.07.24(금) 09:05

중국 정부, 반도체산업 육성정책 마련
칭화유니, BOE 등 메모리 진출 채비

반도체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최근 다양한 인수합병이 단행되면서 반도체 기업간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주로 시스템반도체 기업 위주로 이뤄지면서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메모리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인 위협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패권을 놓고 벌이는 나라별 각축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전체 반도체시장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단순 점유율만으로는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IT산업이 급성장중인 중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20% 이상을 소비하는 단일 최대 시장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역시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한국과 직접적인 경쟁이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중국 반도체산업은 관심권 밖이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진입해 있고, 영역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메모리반도체 진출을 추진하는 등 한국기업에게도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정부가 나섰다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은 정부가 이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0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선 상태다. 당시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반도체를 포함시켰고, 지난해 6월에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표된 발전 요강에서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반도체산업을 세계 첨단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설계에서 제조, 패키징과 테스트, 핵심 설비와 소재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제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영도소조'라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또 대형기업과 금융기관, 민간자금이 출자하는 투자기금을 설립해 반도체 제조분야를 중심으로 한 투자도 장려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타바코 등 대기업이 참여한 1200억 위안(약 21조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중국의 IT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핵심부품이나 소프트웨어보다 단순한 완성품 제조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국가안보나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만큼 이를 자체적으로 육성해 산업 전체를 고부가가치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시작은 미미하지만

 

중국은 메모리반도체사업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상해 주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SMI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위치에 포진해 있고, 다른 업체들도 진입해 있는 상태다.

 

팹리스 기업으로는 스프레드트럼, 하이실리콘 등이 대표적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스태츠칩팩(SATS ChipPAC), Jiangus, Tianshui 등도 후공정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다만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합반도체회사(IDM)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제기된 칭화 유니그룹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 제안은 이같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칭화 유니그룹은 지난해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중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로 부상했다.

 

이후 미국 인텔에 스프레드트럼과 DRA마이크로 지분 20%를 넘기며 기술제휴를 확대하고, HP 자회사인 H3H 지분 51%를 인수해 중국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기도 했다.

 

 

칭화 유니그룹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설계, 개발에서 메모리반도체 제조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보인다.

 

일단 마이크론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인수 제안가격이 너무 낮아 마이크론 주주들이 응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마이크론이 미국 안보와 관련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승인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칭화 유니그룹과 미국 마이크론이 제휴형태로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공정전환이나 신규 생산라인 건설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사업 특성상 마이크론이 중국 자본에 손을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같은 관계가 형성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LCD 공략경험, BOE도 주목

 

칭화유니 외에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바로 BOE다.

 

BOE는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하이디스를 인수해 디스플레이 시장이 진출한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아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이노룩스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LCD산업은 메모리반도체산업과 공정이나 산업특성이 유사한 만큼 BOE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BOE는 메모리반도체 관련 인력 영입에 나선 상태다. 과거 엘피다 최고경영자였던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을 영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사카모토 사장은 엘피다 D램 개발을 지휘한 인물로 마이크론에 인수된 후 사임했었다.

 

지난 3월 중국 투자펀드인 서밋뷰 캐피털(Summitview Capital)이 미국 D램 설계업체인 ISSI를 인수한 것 역시 메모리 사업 진출 차원으로 보인다. BOE가 ISSI와 협력해 D램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인 피델릭스, 제주반도체 등도 중국 자본에 인수된 상태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LCD산업에서 그랬듯이 D램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핵심IP를 확보하고 있는 군소 D램업체를 인수한 후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규 팹(Fab) 건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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