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 전략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칭화유니그룹의 미국 샌디스크 인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직·간접적인 사업확대 시도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 산하 유니스플렌더는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 지분을 인수하고,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구도도 무산됐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도시바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낸드플래시 관련 원천기술과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도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면 칭화유니그룹은 샌디스크를 우회인수하며 단숨에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인수가 무산된 것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된 것이 배경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니스플렌더도 공시를 통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웨스턴디지털 투자건에 대해 조사해보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은 샌디스크 사례이전에도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제안을 했다 거부 당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타진하고 있다.
현재 D램이나 낸드플래시 모두 20나노, 10나노 등 한계수준의 미세공정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이나 합작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도 자본참여 등의 제안을 한 바 있고, 인수가 무산된 마이크론에게는 기술협력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사업확대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반도체산업을 세계 첨단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해 둔 상태다. 설계에서 제조, 패키징과 테스트, 핵심 설비와 소재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제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칭화유니그룹 외에 BOE도 메모리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하이디스를 인수해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던 경험을 살려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한국의 반도체 관련 인력들이 중국으로 스카웃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이같은 기류와 관계가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칭화유니 등 중국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끝나며 소수업체들로 정리가 된 상황인 만큼 당장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