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소재 및 섬유기업인 효성과 코오롱이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효성의 경우 몇 년간 이어진 ‘형제의 난’으로 인한 검찰 조사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코오롱은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는 오너 일가와 관련된 것이어서 부담이 적지않다. 다행히 최근 저유가로 인한 마진 강세와 제품 기술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업성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정 당국 칼끝 효성·코오롱 조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효성 일가는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법정 공방을 지속해왔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올 초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3년 및 벌금 1365억원을,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징역 1년6개월 및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해외법인 자금 유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8900억원의 분식회계로 1237억원 법인세 포탈, 차명으로 계열사 주식 매매해 발생한 양도소득세 포탈 등) 중 탈세부분에 대한 벌금만 선고했다. 조현준 사장의 경우 증여세 포탈은 무죄로, 횡령 혐의만 인정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
이번에 알려진 검찰의 조현준 사장에 대한 수사는 지난 2014년 시작된 것으로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바뀐 것이 주 내용이다. 당시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사장이 아트펀드(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분해할 목적으로 운용된 펀드)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에 부당 지원 했다는 의혹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현재 효성은 아트펀드 등은 새로운 내용이 아닌 기존에 진행되던 수사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은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듀폰과의 아라미드 섬유 관련 소송을 종결하면서 부담한 합의금 및 벌금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혐의와 함께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보유 지분을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자녀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의 상속세 신고 여부도 함께 조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무조사 배경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국세청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실한 사업, 전망 밝다
이처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지만 효성과 코오롱은 제품 기술력과 탄탄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시장에서도 사정 당국의 수사가 이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효성은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을 눈앞에 둔 바 있다. 특히 섬유 사업 내 스판덱스, 산업자재의 타이어코드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효성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공업 사업도 선별적 수주로 정책을 바꾼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신소재인 폴리케톤과 탄섬(탄소섬유) 등 신성장동력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분기에도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1위 제품을 앞세워 실적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동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올해도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오롱 사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지난해 듀폰과의 소송 종결로 아라미드 사업 재개와 함께 북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라미드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이익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하반기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코오롱플라스틱은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바스프와 손잡고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설립, 폴리옥시메틸렌(POM) 생산을 본격화한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증설을 통한 사업 성장성이 눈에 띈다”며 “산업자재와 화학은 물론 그 동안 부진했던 필름 사업도 흑자로 전환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