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 문화가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정수기에서 시작된 렌탈시장은 최근 침대 매트리스, 타이어, 그림, 장난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렌탈시장 성장률은 10%대에 이른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렌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상 깊숙이 파고 들고 있는 렌탈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과거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이 강했다. 재산의 일부로 인식돼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인식들이 달라졌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면서 필요할때 쓰고 원할때 교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 소비 인식의 변화는 렌터카 시장 성장의 큰 힘이 됐다.
◇ 빌리는게 어때서?
국내 렌터카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는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는 '오너(Owner) 드라이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저(User) 드라이버'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를 굳이 소유하는 것보다 빌려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만족도면에서도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불황도 렌터카 시장 성장의 이유로 꼽힌다. 경기 불황 지속에 따른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빌려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차 장기 렌터카 등의 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적은 돈으로 원하는 차를 원하는만큼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되고 있다.
신차 장기 렌터카는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과 색상, 옵션 등을 골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새 차를 1년에서 최장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취득 관련 세금, 보험, 자동차세 등 초기 차량 구입 비용보다 경제적이다. 차량 정비도 순회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계약이 종료되면 타던 차량을 인수 할 수도 있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신차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 렌터카는 주로 법인이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롯데렌탈에 따르면 2010년 1689명에 불과헸던 개인 장기 렌터카 이용자수는 올해 4월말 현재 3만791명으로 18배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 변화는 국내 신차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184만여대 가운데 렌터카로 등록한 차량은 전체의 10.2% 규모인 18만여대다. 신차 10대 중 1대는 렌터카로 사용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 시장 확대의 큰 이유"라며 "앞으로도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렌터카 업체 '승승장구'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 25만7751대였던 국내 렌터카 등록대수는 작년 54만3657대로 110.9%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렌터카 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렌터카 업체는 빅 3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점유율 1위는 롯데렌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22.9% 증가한 7447억원, 영업이익도 76.3% 늘어난 575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2위인 AJ렌터카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3434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1% 줄어든 179억원을 기록했다. 3위를 달리고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우 상반기 카라이프 사업(렌터카 등) 매출액은 전년대비 11.4% 증가한 332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67.7% 늘어난 151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은 렌터카 업체들의 성장은 또 다른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최근 공유 경제 이슈와 맞물린 '카 셰어링(Car Sharing)' 시장이 대표적이다. 카 셰어링 시장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루가 아닌 수십 분에서 한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초단기 렌탈 서비스' 형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렌터카 서비스에 비해 단기간 사용이 가능하고 요금도 저렴하다. 다만 지정된 장소까지 이동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만 감수하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카 셰어링 시장은 소비자들의 렌탈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렌터카 시장 확대가 불러 온 또 다른 형태의 렌탈 시장이다.
'카 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40억원대에서 작년 900억원대로 성장했다. 카 셰어링 차량 대수도 250대에서 7000대로, 차고지도 250곳에서 3000곳으로 늘었다. 기존 렌터카업체를 운영하는 대기업들도 이미 '카 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국내 '카 셰어링' 양강 업체 중 하나인 그린카를 인수했다. SK그룹은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광의(廣意)의 렌터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셈이다.
◇ 진화하는 서비스
렌터카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업체들간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그만큼 올라가서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업체들이 내놓은 각종 서비스도 점점 더 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렌터카의 경우 업계 최초로 온라인 마트에서 미리 주문한 상품을 렌터카와 함께 수령할 수 있는 '롯데스마트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통 대기업인 롯데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 서비스다. 또 렌터카 지점에 고객이 방문하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혜택 쿠폰을 전송해주기도 한다.
AJ렌터카도 마찬가지다. AJ렌터카는 AJ셀카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핫딜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신차를 장기 렌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차량 서비스에 특화돼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전략이다.
▲ 국내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더욱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
SK네트웍스는 전국의 SK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를 활용한 정비 네트워크, 긴급출동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장기렌터카 고객들에게 유류 할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렌터카 고객은 리터당 100원의 주유 할인은 물론, 엔진오일 연 2회 무료 교환과 각종 정비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렌터카 산업이 커지자 자동차 관련 연관 산업들도 렌탈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소비자들이 차종과 타이어의 종류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 렌탈할 수 있도록 한 '넥스트 레벨'을 선보였다. 이용 고객에게는 렌탈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타이어 공기압 등 차량 10대 항목을 정기 점검해준다. 또 렌탈 전문점에서 엔진오일 3회 교환 등을 무상으로 서비스하며 차량 수리 발생시 정비 공임의 30%를 할인해준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성장 디플레이션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소유보다는 사용, 활용가치가 중요해졌다"며 "당분간은 나눠 쓰는 세상이 도래하기보다 기존의 렌탈 트렌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