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바꾼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인 던컨 핏시먼스가 제시한 '디자인 원칙'이다. 디자인과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을 설립한 그는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한 혁신적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주한영국문화원은 최근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영국의 창조적 발명가' 캠페인 일환으로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디자인-기술 융합, 이것이 진정한 혁신이다'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던컨 핏시먼스는 디자이너로서의 철학과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공개했다. 던컨 핏시먼스는 접이식 휠체어 바퀴, 황반변성 환자를 위한 항체주사바늘 등을 발명해 '2013 영국 디자인박물관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하고, '아이콘매거진 올해의 제품디자인'과 '올해의 의료기기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던컨 핏시먼스는 "무엇보다 새로운 디자인은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새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혁신보다는 철저하게 소비자 맞춤형 디자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던중 여러 사람들의 쓰레기 배출방법을 조사하면서 '조작법이 복잡해지거나 기존과 완전히 달라지면 사람들은 찾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버튼 하나로 보관날짜를 확인하는 가장 간편한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2016 reddot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디자이너로서 고객과 사용자, 협업자들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로서 고객의 부정적인 반응에 낙담하지 않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상처받아서는 안된다”며 "제품이 진열되기 전까지는 디자인은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토타입과 컨셉트를 제안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며, 고객이 최종 상품을 선택하기 전 거쳐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고객은 뭐가 좋고 나쁜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도 기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기를 디자인할 경우 임상시험 절차가 복잡해서 준비기간이 길어지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획 초기단계부터 법률 전문가를 팀에 합류시켰다”고 답했다.
그는 "실제 황반변성 환자를 위한 항체주사바늘의 경우 법률 전문가가 없었다면 굉장히 오래 걸렸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제대로 된 조언을 받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선택을 줄일 수 있었고 금방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만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등 기술 전문가의 의견을 초기단계부터 반영해야 가치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때로는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는데 초기에 조정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