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미군이 압록강에서 패퇴하게 된 이유는 인천상륙작전 이후의 자만심과 정보부족 때문이다. 오만해지면 필연적으로 편협해지고, 진실된 정보의 교류가 차단됨으로써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3일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모아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에 나가라"고까지 주문했다. 그룹 국내외 임원 155명이 경기도 용인 소재 연수원에 모여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2017년 그룹 임원세미나' 자리에서다.
조 회장은 "제대로 된 정보를 토대로 자만심을 깨뜨려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지를 발로 뛰며 파악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세미나는 '경영환경 급변에도 지속 이익실현 가능한 사업체질 구축'이 주제로 잡혔다. 다시 품었던 계열사 한진해운이 3년만에 법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다 파산을 눈앞에 둔 때다. 조 회장은 최근 상황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면역력, 힘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 대한항공) |
조 회장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며 언급한 미군의 압록강 패퇴 사례는 그가 최근 읽고 있는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6·25 전쟁 과정을 담은 책에서 꺼내든 얘기다. 그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근본적 문제점을 찾아, 점진적 변화의 동력을 찾아 내자"고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조 회장은 분석을 통해 정보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통계 자료만 맹신해 예측을 하는 것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통계의 신뢰도를 믿는 것을 넘어서, 실패할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 대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일련의 계획들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서간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것도 주문했다. 조 회장은 "회사 업무에 대해 내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는 부서간 이기주의 현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타 부서의 업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한편 항상 학습하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효율성이라는 의미의 전제"라며 "단순히 경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에서부터 대내외 경제전망과 대응전략, 항공사의 정보기술(IT) 경향, 매체(미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