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유상증자가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 변수인 주가(株價)가 폭락 후 빠른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당초 잠정액 1조2900억원 혹은 그 이상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재 1조2900억원(발행주식 1250만주)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옛 현대중공업에서 사업자회사(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로 분리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자본확충이다.
현대중공업 유상증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공모 미달 주식이 발생하면 이를 대표주관회사 NH투자증권을 비롯해 6개 인수단이 전량 인수(잔액인수)하게 된다. 자달 자금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가 사실상 주당발행가라는 뜻이다.
현 모집금액 1조2900억원은 예정발행가 10만3000원(기준주가 13만4000원)을 기준으로 매긴 것이다. 말 그대로 증자 결의(지난해 12월26일) 전날을 기준으로 대략 한 달 치 주식시세로 산정한 잠정치일 뿐이다. 최종발행가는 오는 3월5일 확정된다.
확정발행가는 할인율을 20%로 해서 신주배정기준일(2월1일)과 주주청약일(3월8~9일) 각각 3일 전(前)날인 이달 29일과 3월5일을 기준일로 산출한 1, 2차발행가 중 더 싼 값으로 정해진다.
이 중 1차발행가는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한 당길 수 있는 자금의 한도를 결정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1차가격보다 이후 2차가격이 아무리 높게 나와도 1차가격이 최종발행가격이 되는 까닭에, 이번 증자 자금이 많아봐야 1차가격 기준의 발행금액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증자 추진 직후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증자 이사회 결의 다음날 28.75% 폭락한 것. 이에 따라 13만6000원하던 주가는 10만원이 깨진 9만6900원으로 주저앉았다. 1차발행가는 대략 산정일로부터 이전 한 달간의 주가평균치로 산출되는데, 이 정도라면 1차발행가격이 7만4500원밖에 안 돼 발행금액도 9310억원 정도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후로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5일간 단 하루를 빼고 오름세를 보이며 12만3000원(5일 종가)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달 말까지 대략 이 정도 수준으로 주가만 유지해줘도 1차발행가격은 9만4500원으로 매겨지고 모집금액도 1조1800억원으로 정해진다.
물론 1차발행가 산정을 앞두고 예정발행가 기준주가(13만4000원)를 웃도는 수준에서 주식 시세가 형성된다면 발행금액 한도가 1조2900억원 보다 더 불어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예정발행금액 1조2900억원 기준으로 이 중 869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외 4185억원은 ICT·스마트·친환경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R&D투자 자금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