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GS 출범식. 구본무 LG 회장은 LG를 떠나 첫 걸음을 뗀 허창수 GS 회장에게 감회어린 축하의 말을 건냈다. 허 회장과 GS 임직원들은 축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는 구 회장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행사장에는 ‘사랑해요 LG’가 울려퍼졌다.
죽고 못살던 구(具)-허(許) 두 집안이 ‘이름다운 이별’의 악수를 나누던 순간이다. 구인회·허만정 공동 창업주에서 구자경·허준구 명예회장, 구본무·허창수 회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3대에 걸쳐 57년간 쌓아온 로맨스였다.
결국 또 이별이 왔다. 죽음이 갈라놓은 독한 이별이다. 때가 되면 누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 게 세월이라지만…. 허 회장이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가슴 절절한 글로 평생의 동반자에게 작별을 말했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
다음은 허창수 GS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추도사 전문이다.
구본무 회장님,
믿기지 않은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소탈한 모습으로 경제계를 솔선수범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찌 이리도 황망히 가십니까.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정도(正道)를 걷는 경영으로 후배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셨던 회장님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회장님께서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업가셨습니다. 결단과 끈기의 리더십으로 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으셨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항상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회장님의 행보가 어찌 경제계뿐이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인으로서 역할을 다 하셨습니다. 평소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시며 ‘의인상’을 제정하시고,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교육·문화·예술 지원에도 헌신하셨습니다.
회장님의 손길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의 농촌자립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구본무 회장님,
변화의 시대,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우리 경제에 회장님의 혜안과 통찰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회장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회장님께서 계셨기에 우리 경제가 지금의 번영과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기업과 국민이 함께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우리 경제계도 평소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국경제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