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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질주…전자 '끌고' 전기·SDI '밀고'

  • 2018.11.05(월) 08:30

[어닝 18·3Q] 5대그룹 리그테이블①
삼성 10개사 영업이익 총 18.8조…전년比 23%↑
주역은 '반도체'…부품 계열사도 역대급 이익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든든한 맏형인 삼성전자가 딱 버티고 선 데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다른 전자계열사들도 좋은 실적을 내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괜찮은 성적표를 내밀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사업에서 경고등이 살짝 들어왔기 때문이다.

 


◇ 반도체가 주도한 성장

비즈니스워치가 5일 집계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삼성 주요 계열사 10개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18조81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2953억원)에 비해 23.3% 증가했다. 올해 2분기(15조9600억원)와 견주면 17.8% 늘어난 수치다.

1등 공신은 삼성전자다. 10개사 전체 영업이익의 93.4%를 삼성전자 홀로 담당했다. 올해 2분기 잠시 주춤했던 실적이 이번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7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의 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핵심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3조65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6.6%에 이르는 규모다. 낸드에 이어 D램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고점 논란이 나오고 있음에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기업답게 호실적을 이어갔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하락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에 그쳤던 디스플레이도 3분기에는 1조1000억원을 내며 제 역할을 했다. 소비자가전 역시 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 점점 더 입지 좁아진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아쉬움을 남겼다.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주력이었지만 반도체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때 스마트폰은 뒤로 처지며 지금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3조77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2조67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들더니 3분기에는 2조2200억원으로 더 축소됐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진 가운데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가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면서 사업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실적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5조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실적발표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반도체 시황 둔화로 전사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스마트폰이 받쳐주며 실적 변동성을 줄였던 과거와 달리 반도체 하나에만 의존하는 '불안한 호황'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49주년 기념식에서 김기남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탄탄한 사업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자"고 당부했다.

 


◇ 삼성전기의 힘 …공매도 세력도 무릎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날아올랐다. 특히 삼성전기는 주가하락을 부추긴 공매도 세력마저 무릎 꿇게 할 정도의 화려한 실적을 내놨다. 3분기 영업이익은 40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500억원 가량을 예상했던 증권가의 눈높이를 뛰어 넘었다.

가로와 세로 각각 1㎜ 안되는 작은 부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라는 부품이 효자 역할을 했다. MLCC는 흘러 들어오는 전류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흐르게 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와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3분기 삼성전기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1조원 안팎이 MLCC에서 발생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실적발표 이후 삼성전기 주가는 이틀 연속 오름세를 탔다. 증권가에선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를 포기하고 '숏커버'(손실을 덜보려고 주식 매수하는 것)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역시 주목을 받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2415억원으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주식처분으로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 2012년 3분기(1조5204억원)를 빼면 사실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가 예상치(2046억원)도 웃돌았다. 원형전지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스마트폰용 소형전지 매출도 큰 폭 증가한 덕분이다. 전자재료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삼성SDS는 한결 같이 듬직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99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분기(2377)에는 못미쳤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3.8% 늘었다.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4대 전략 사업이 힘을 내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 날아오른 '엔지니어링'…가라앉은 '중공업'

건설 중공업 계열사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리조트 등 각 사업부문의 견실한 실적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매분기 2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27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와 비교하면 27.6%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30.4% 늘어난 수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동발(發) 쇼크로 경영 위기에 직면하기 전인 2012년 4분기(1632억원)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치(411억원)도 웃돌았다. 수익성 기반의 선별 수주전략과 원가경쟁력 향상 노력이 통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영업적자 흐름을 끊지 못했다. 3분기에만 1273억원 적자를 봤다. 올해 들어 발생한 누적 영업손실은 2756억원으로 연초에 내다본 연간 손실 예상금액(24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올해 예상하는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42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4분기에도 14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고백인 셈이다.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축소된 가운데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계속됐다. 이에 더해 강재 및 기자재 가격 인상, 3년치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일시금 지급 등이 수익성에 차질을 빚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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