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가 선보인 롤러블 TV를 보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끈다.
포문은 삼성전자가 먼저 열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7일 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롤러블 TV'에 대해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롤러블 TV는 화면을 둘둘 말았다 펼 수 있는 TV로 LG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공개한 제품이다.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제작했다.
김 사장은 "결국 경제성의 문제"라며 "경제성이 올라오면 충분히 개발할 값어치가 있을 테지만 시제품(프로토타입)으로는 큰 의미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날 함께 자리했던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도 "아직까지는 공감이 안 간다"며 김 사장의 의견을 거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세계 최소형인 75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스크린 혁명'을 이루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이다. 하지만 둘둘 말리는 롤러블 TV에 비해 주목도가 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기다렸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다음날인 8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초기 신기술에 대해 가격 우려를 할 수 있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소비자가 롤러블 TV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지, 가치 관점에서 적정 가격선을 찾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가격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롤러블TV를 시도할 가능성과 관련해 "천하의 삼성인데 한다면 벌써 선보였을 것"이라며 앞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아예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는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제도 3~4군데, 오늘도 3군데 상담이 잡혔다. 롤러블만큼 혁신적인 변화를 준 부분은 없다고 들었다"며 현장반응을 전했다.
두 회사의 기싸움은 일단 이번 현장에서는 LG전자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ES 관련 보고서에서 "현장 반응은 롤러블 TV가 (마이크로 LED TV에 비해) 뜨거웠다. 디자인과 활용방안에 대한 제시가 명확했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TV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IT전문지인 '엔가젯(Engadget)'도 LG전자의 롤러블 TV를 이번 CES에 출품된 TV중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낙점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