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미래 컨소)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진짜 주인이 되기까지 아직 본협상 등 절차들이 남아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완전 인수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래 30여년 만에 '금호' 품을 떠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끝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M&A라는 게 최종 성사되기까지 변수도 많고 걸림돌 또한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처럼 대주주 리스크나 유동성 문제가 남다른(?) 경우라면 돌발 변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HDC-미래 컨소'가 본입찰에서 제시한 구주 가격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M&A 딜(Deal) 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모두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구주 매입 대금은 구주주, 즉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 등이 가져가고, 신주 인수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미래 컨소'가 박 전 회장 등 구주주에게 들어가는 구주가격을 금호산업의 기대와 달리 아주 낮게 제시했습니다. 시장에 따르면 'HDC-미래 컨소'가 제시한 금액은 3080억원으로, 주당 4500원 수준입니다. 이는 당초 거론되던 금액 70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죠. 국적 항공사 대주주로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오히려 구주 디스카운트를 받은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금호산업 등 구주주는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아시아나항공을 팔아 3080억원만 챙기게 되는 것이죠. 3080억원이면 금호그룹의 재건은 커녕, 2018년 말 기준 금호고속이 1년내 갚아야 할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부채) 4823억원에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물론 금호산업 입장에선 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의지하는 처지지만,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엄연한 최대주주고 매각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구주 가격을 불만 삼아 판을 깨겠다면 얼마든지 깰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금호산업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판을 깰 움직임이 딱히 없어 보입니다. 업계 또한 금호산업이 큰 반박없이 'HDC-미래 컨소'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는 금호산업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릴 걸로 볼까요? 3080억원은 금호그룹의 재무지표 개선에 그다지 도움되는 수준도 아닌데 말이죠. 두 가지 개연성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인수전이 큰 흥행을 일으키지 못한 만큼 장기전으로 가봐야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입니다. 어려운 항공업황, 낮은 수익성, 빈약한 유동성, 여기에 기내식 관련 소송 비용 등 잠재적 채무까지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을 더 가지고 가면 자칫 3080억원도 못 건질 거라는 우려감이 금호 안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둘째 금호고속 등 남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해석됩니다.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을 못 박아둔 상태죠. 금호산업 입장에선 구주 가격을 두고 'HDC-미래 컨소'와 티격태격하기보다 오히려 연내 매각이라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800%에 달하는 매물의 구주 가격을 올리는 건 금호로서도 한계가 있다고 인지한 것이죠. 대신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킨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산은 등에 요구하는 게 더 낫다고 봤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금호고속의 차입금 만기 연장 같은 사안 말이죠.
아시아나항공 M&A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HDC-미래 컨소'가 새 후보로 유력한 것 외에는 정해진 게 없죠. 그나마 거래가 완료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건 금호산업이 'HDC-미래 컨소'의 제안에 크게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입니다.
채권단이 정한 매각 시한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3080억원에 파는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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