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만나면 꼰대도 소년이 된다. 지친 아저씨들에게 차는 나만의 공간이자, 나만의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튜닝 시장은 그래서 값비싼 차를 마음대로 바꾸지는 못하는 아저씨들에게 어린이날 놀이공원과 비슷하다. 부품을 갈아 끼워 성능을 바꾸거나 액세서리를 추가하는 정도의 적당한 비용으로 꽤 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애써 찾아 단 부품이 안전 규제 기준을 벗어나거나 혹은 자신의 차와 궁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금 싸게 구입하려 해외 '직구'로 가져온 부품이 '짝퉁'일 우려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완성차 회사가 직접 개입한 튜닝에 수요가 몰린다. 이른바 '정품 튜닝'이다.
현대자동차도 꽤 적극적이다. 2010년 처음 맞춤형(커스터마이징) 부품 브랜드 '튜익스'를 만든 후 외장 디자인은 물론 내부 편의장비, 주행성능 등까지 개선할 수 있는 튜닝 부품과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개 , 반려동물 패키지도 내놨다. 조만간 고성능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을 위한 'N 퍼포먼스 파츠'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튜익스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을 함께해 온 김동옥 현대차 커스터마이징상품팀 책임매니저를 지난달 말 경기도 광주의 한 자동차 전용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튜익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설명해 달라.
▲긴 역사 가지고 있지는 않다. 2010년 공식 데뷔했다. 당시 서울모터쇼에서 '튜닝(Tuning), 이노베이션(Innovation), 익스프레션(Expression)'을 조합해 브랜드를 내놨다. 고객 감성을 만족시키는 상품으로 다가서겠다는 게 모토였다. 초창기에는 품목도, 적용 차종도 많지 않았다. 일명 '코스메틱 제품'으로 간단한 치장을 하는 정도였다. 그 뒤 몇년이 흐르면서 사업 방향을 다각화하고 차종도 확산하는 프로세스를 거쳐 사업이 지금처럼 확대됐다.
- 튜익스, 커스터마이징 사업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그전엔 현대차 소속 레이싱 팀의 웍스 드라이버(완성차팀 소속 엔지니어 겸 레이서)였다. 1990년대말 현대차가 베르나로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처음 도전할 때 함께 했다. 이어 영국 MSD(Motor Sports Development, 모터스포츠 전문업체)와 협업할 때 현지 파견해 일한 적도 있다. '엔진 출력을 3마력만, (온도를) 1도만 높여주면 포디엄(시상대)에 설 수 있다'던 케네스 에릭슨 같은 레이서들이 동료였다. 그 뒤 현대차로 재입사해 남양연구소로 왔고, 튜익스 런칭 기획에 참여했다.
- 현대차에는 고성능 브랜드 'N'도 있는데 어떻게 구분이 되나.
▲N은 2015년 BMW 출신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현재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온 뒤 새로 체계가 만들어졌다. 이후 역시 BMW M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현 상품본부장, 부사장)이 고성능차 및 모터스포츠 총괄로 영입된 뒤 상품본부로 오면서 포트폴리오가 전체적으로 구축됐다. 튜익스는 전체 튜닝 브랜드다. 그 한 축인 고성능 분야에 모터스포츠 차량들과,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이, 그 밑에 좀더 대중적인 'N라인'이 자리잡은 구조다.
- 고성능 튜닝에 대한 수요도 많나.
▲큰 글로벌 모터쇼에 '쇼카'를 내놓으면 일반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작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출품한 'i30 N'은 현장 반응이 좋아 체코 공장에서 'N 옵션'이란 이름으로 600대 한정판 양산했는데 곧바로 완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 내놓은 쇼카를 바탕으로 개선한 '벨로스터 N'을 내놓으려고 한다.
- 튜익스 사업 초창기와 10여년 지난 지금을 비교하면.
▲초기엔 엔지니어 7~8명이 전부였다. 지금은 사업도 커지고 개발자까지 모여 4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기획, 개발, 사업운영 등으로 업무도 나뉘었다. 처음에는 적용 차종도 투싼, 싼타페 정도뿐이었다. 지금은 상용차 특장차 등 현대차내 20여 차종에 관련 상품을 적용하고 있다. 품목도 간단한 휠, 데칼류 등 5~6개 정도뿐이었지만 지금은 60~70가지가 있다. 엔진 파워트레인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품목을 포괄한다.
- 튜닝산업이 한참 떴지만, 요즘 관심이 뜸하지 않나.
▲1990년대 후반 정말 활황기였다. 튜닝 전문업체도 많았는데 어느 시점을 거치면서 수요가 줄고 업체들이 도산하는 과정 거쳤다. 지금은 물갈이가 됐다. 현대차내에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튜익스 커스터마이징 매출이 400억원을 넘는다. 부품 종류, 적용 차종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훨씬 더 커질 여지가 있다. 일반 부품(파츠)에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VN)뿐 아니라 캠핑, 특장 등 수요 확대에 따른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 매출로 보면 아직 비중이 높지 않다. 현대차가 이걸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고객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반영하자는 게 우리 방향이다. 튜닝하는 사람들은 사실 한정돼 있다. 청장년층에 집중돼 있고 중년 넘어가면 잘 안한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하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소비욕구 맞춤성, 자기 자신과 함께 가족을 가장 앞에 두고 있는 아빠들 모두 '나만의 특별한 것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베뉴', '팰리세이드' 같은 모델에서 튜익스 매출이 높은 이유다.
- 완성차사에서 하는 튜닝의 장점은.
▲수요자가 원하는 자신만의 맞춤형 차를, 믿을 수 있는 부품으로, 비교적 수용 가능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고급 튜닝 브랜드 부품은 비싸다. 빌스타인 쇽업쇼버(현가장치), 브렘보 브레이크(제동장치)를 비롯해 휠 같은 것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완성차사의 바잉 파워(구매력)을 이용하면 소비자들도 해외 탑 브랜드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 국내 1차 부품 협력사 등과 협력해 소비자가 원하는 튜닝 부품도 만든다.
- 튜닝시장 얼마나 클 거라고 보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관건인 시장이다. 구매력 있는 소비계층은 내 차에서 재미와 만족을 더 느끼고 싶어한다. 완성차 회사들은 튜닝에 높은 품질 기준을 가진 부품을 공급하고 보증 기간도 제공한다. 영세업체들 위주일 때보다 내구성 신뢰성이 나아졌고 가격 역시 합리화됐다는 의미다. 고가이면서 개발도 어려운 '카본(탄소섬유)' 소재 부품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일부 제품은 독일 업체의 '반의 반값' 수준이다. 어떤가. 매력적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