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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차창 밖에 '비도 오고 그래서요'

  • 2018.11.12(월) 16:56

사이드미러 에어건 선뵌 현대차 박재형 연구원
와이퍼 동력으로 공기 압축 '빗물 단숨 제거'
올해 R&D 페스티벌서 '공감력' 단연 독보적

오색단풍이 선명했던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남양읍 소재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의 아이디어 잔치가 열렸다. 연구 인력들이 자기 업무와 상관없이 팀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실물 제품을 제작해 경연을 펼치는 이 자리는 올해로 9번째 열린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다.

 

본선에 오른 12개 팀 가운데 심사위원, 자동차 담당 기자 등 참관자들에게 가장 '솔깃하다'는 반응을 끌어내며 올해 새로 생긴 '카 라이프(Car Life, 차량 내 유틸리티)' 부문 1위를 차지한 젊은 연구원들이 있었다. 대상은 따로 있었지만 '솔깃 부문상', '인기상'이 있었다면 단연 이 팀이었을 거다. 시상하던 권문식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에게는 "바로 적용해도 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남다른 관심을 받은 주인공은 차 측면 후방거울(사이드미러)과 유리창에 바람을 쏴 물방울을 제거하는 기술을 시연한 '비도 오고 그래서' 팀. 남지원(배터리시스템설계팀), 정회영(총합성능개발1팀), 박재형(샤시제어개발팀) 연구원 등 입사 5~7년차인 셋이 의기 투합했다. 여기에 '아니 이런 게 왜 여태 없었지?'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팀원 중 박재형 연구원에게 프로젝트 뒷얘기를 들어봤다.

 

▲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비도 오고 그래서' 팀. 왼쪽부터 남지원 정회영 박재형 연구원 /사진= 현대차 제공

 

-비도 오고 그래서, 팀 이름부터 센스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이번 출품작부터 설명해 주세요

▲가수 헤이즈 노래 제목에서 따왔어요. 비 올 때 앞유리(윈드실드)를 닦는 와이퍼를 보다 생각난 아이디어거든요. 와이퍼는 모터로 돌아가잖아요. 이게 비가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강약 조절이 가능한 만큼 구동력이 넉넉하거든요. 남는 동력으로 압축공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걸로 공기를 모아 사이드미러에 물기를 불어내면 되겠다고요. 옆문 쪽에는 에어콘, 히터에서 쓰는 공조기 바람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했고요.

 

-두 가지 바람을 왜 다르게 한 건가요?
▲물이 맺히는 게 달라요. 사실 달리고 있으면 사이드 미러에는 빗물이 잘 맺히지 않아요. 여기는 주기적으로 한 번씩 물기를 불어내면 되죠. 반면 차 옆창은 많지는 않지만 물기가 지속적으로 맺혀요. 하지만 달릴 때 생기는 바람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바람을 더해주면 뒤로 쉽게 밀려나가죠. 두 곳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만 바람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이번 출품작 중 가장 공감을 많이 받았죠?
▲네. "그래, 다들 이런 경험 있지"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저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 내 개선점을 찾아보려 했어요. 차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게 대부분 남성이잖아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언을 얻으려 평소 친한 두 연구원을 팀에 섭외했죠. 운전할 때 어떤 게 가장 불편한가 서로 이야기 하다가 남자든 여자든 비 올 때 시야 확보를 하는 게 참 어렵다는 데 공감하면서 '아, 이거다' 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밤에 비오면 사이드미러가 특히 안 보이잖아요.
▲평소에 거울이나 차창에 물방울 맺히는 걸 막기 위해 발수 코팅액을 뿌려 관리하거나, 빗물 가리개 같은 부속품(액세서리)을 따로 사서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코팅은 지속력이 떨어지고, 추가로 달아야 하는 액세서리는 디자인이 별로이거나 운행 할 때 공기 저항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운전하다 닦으려면 창을 열어야 해 팔이 젖기도 하고, 사실 동승석 쪽은 누가 앉아 있지 않으면 아예 포기해야 하죠. 무리하다간 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 에어건으로 물기를 제거한 사이드 미러/사진=현대차 제공

 

-이런 아이디어가 종전에 없던 거란 게 더 의외였어요.
▲선배 연구원들에게 들어보니 예전에 어떤 수입차 중에는 사이드 미러에 소형 와이퍼가 달려 나왔던 적도 있대요. 그런데 이게 파손도 잘되고 동네 아이들이 귀엽다고 뜯어가기도 하고 그랬다고. 특허 조사도 해봤어요. 불편 느끼는 사람이 많은 만큼 여러 방식으로 사이드미러 빗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저희처럼 압축 공기를 이용하는 방식도 있었고, 전자기장을 발생시켜 물기를 털어내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와이퍼에서 동력을 끌어오는 방식은 없었어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력이고 현실적인 스펙인데 말이죠.

 

-설치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면서요?
▲펌프와 에어탱크, 배관, 모두 합쳐도 5만원 정도면 되더라고요. 또 옆문 앞쪽에 배기구(덕트)를 3D(3차원) 프린트로 뽑았는데 이것도 양산할 때는 그렇게 추가비용이 들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모빌리티 분야는 팀당 1000만원, 저희가 참가한 유틸리티 분야는 팀당 350만원을 지원받는데 저희는 200만원만 쓰고 150만원을 남겼어요. 에어탱크를 크기별로 사서 달아보고, 또 배기관, 덕트(배기구), 밸브 등을 여러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실험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도 말이죠.

 

▲ 앞유리 와이퍼 아래 빗물받이에 모두 설치된 사이드미러 에어건 장치/사진=현대차 제공

 

-특허도 냈다고요?
▲저희 회사 사내특허팀에서 직원이 내는 특허는 개발자 본인과 회사가 공동 명의로 관리해요.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회 때 공개 되기 전에 이미 특허가 걸린 거죠. 만약에 상용화가 돼 양산까지 간다면 어느 정도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여러 사람들 말처럼 이번 아이디어가 바로 실차 적용가능할 거라고 보세요?
▲전문가들이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을 거에요. 저희는 일단은 자전거 바람 넣는 펌프 중에 가장 작은 걸 개조해 썼어요. 그래서 4분에 한 번 정도 작동 가능하죠. 큰 펌프를 쓰면 바람은 더 빨리 모으고 더 강하게 불 수 있는데 그러려면 펌프와 탱크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해서요. 당장 대회에서 예쁘게 보여야 하니까, 차마다 모두 달려있는 빗물받이 안에 모든 장비를 장착하는 걸로 계획을 잡았어요. 실제 적용하려면 개선할 부분이 꽤 있을 거에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뭘까요?
▲제가 기계공학과 출신인데요. 기체를 다루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냥 하드웨어를 다루는 손에 잡히는 일들은 알아서 하겠는데 적정한 압력과 공기량을 찾아내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압력을 만들고 어느 정도의 힘으로 뿜어내느냐 같은 게 생각대로 안되더라고요. 학부때도 잘 안 보던 유체역학 책까지 들춰보고 그랬죠.

 

▲ 사이드미러와 옆창 물기 제거를 시연중인 '비도 오고 그래서'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이번 페스티발 참가 계기가 있었을까요?
▲작년(8회)까지는 프로젝트 덩치가 큰 '미래형 모빌리티' 부문만 있었어요. 아이디어로 콘셉트로 만들어내고 이를 실제 기계적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사실 부담이 적지 않은 부문이죠. 그런데 올해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실차(실제 차)에 반영할 수 있는 유틸리티 부문이 새로 생겨서요. 그래서 욕심을 내봤죠.

 

-신혼이라던데, 부담이 더 만만치 않았겠어요.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프로젝트도 해야 하니까요. 주말이나 저녁에도 모여서 일을 해야 하는데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지금 아니면 안될 거 같았어요. 아내가 아이를 가진 와중에도 많이 이해해주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연구소 일상 업무에서는 찾기 어려운 성취감이 있는 프로젝트라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본래 소속팀 업무는 서스펜션(충격저감 현가장치) 개발 쪽인데 선행(미래형)과 양산 단계 중간쯤이에요. 팀에서 하는 아이템이 실제 차에 장착돼 양산까지 되면 무척 뿌듯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참여해 개발한 기능이 실제 차에 적용돼서 사람들이 만족하고 즐거워 하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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