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연이은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더 악화된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3월 출시 후 9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기록한 코란도의 활약도, 해외서 국위선양한 렉스턴 스포츠의 선전도 12분기째 이어지는 쌍용차의 역주행을 막아서기엔 역부족했다. 헤어나오려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쌍용차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3조6239억원, 영업손실 2819억원, 순손실 3414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7%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적자 폭이 더 확대됐다.
영업손실 규모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2950억원)이후 10년 만의 최대치로, 2017년(-653억원)과 2018년(-642억원)을 합하면 3년간 누적적자는 4114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지난해 총 13만5235대를 팔았다. 전년(14만3309대) 보다 5.6% 감소한 수치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신차 출시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도 보기 힘든 실적이다.
내수는 그래도 버틸만 했다. 쌍용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1.2% 감소한 10만7789대를 기록, 4년 연속 10만대 판매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코란도의 활약이 컸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3월, 총 2202대 팔린 코란도는 5개월 연속 판매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말에는 지난해 월 최대실적인 2514대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역시 고질적인 수출 부진이 문제였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전년보다 19.7%나 감소한 2만7446대에 그쳤다. 코란도와 렉스턴 스포츠가 전년대비 30%이상의 실적 개선을 기록했지만, 티볼리와 G4 렉스턴 등의 주력 모델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 대해 "내수 판매 선전에도 불구하고, 수출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와 경쟁심화에 따른 판매비용 및 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의 증가로, 적자 폭이 전년 대비 확대됐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부진이 지속되자 쌍용차는 최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인 자구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지난해 연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적 노력으로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의 경영쇄신 방안을 내놨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올해 초 정부, 산업은행의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선 관계자는 "시장 침체와 경쟁심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내수에서 4년 연속 10만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판매 목표 달성은 물론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과 미래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의 가시화 등 경쟁력 제고 방안에도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