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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제다]'내 일자리는..' 기업부터 살려라

  • 2020.04.22(수) 08:10

[창간 7주년 비즈니스워치 제언]
산업 각계 '코로나 쇼크'
심폐소생 절실한 기업 점점 늘어
"총력 방역했듯 경제·일자리도 대응"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일꾼을 뽑는 4·15 총선은 끝났지만 국민들의 느끼는 고통은 이제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누구에게 맡길까에 대한 결정은 내려졌고, 이제는 경제 문제 해결에 전념할 때다. 한국 경제의 융성을 이끌어온 기간산업이 맥없이 흔들리고 있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은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꺾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혁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창간 7주년을 맞는 비즈니스워치는 [다시 경제다]를 주제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코로나19 사태로 당사 전 직원의 70%에 대해 6개월 간 휴업을 결정함에 따라 ○월△일 부로 커뮤니케이션실도 절반 이상의 직원이 휴업 예정입니다. 휴업 기간에도 잔여 인력이 최대한 협조 예정이오나 최소한의 인력 운영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일부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에 한 기업의 공지가 올라왔다. 출처가 어디인지 다시 전해지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떠오른 기업은 한둘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공장을 셧다운(가동 중단) 했다는 소식, 순환 휴직을 실시한다거나 아예 비용을 줄이려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기업 얘기들은 산업계 도처에 이미 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렇게 쥐어짜듯 버티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경영난이 일부기업에는 자금 수혈이 긴급한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고 기업활동 정상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렵게 키운 국내 기간산업이 순식간에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 항공부터 IT까지…형편 좋은 산업이 없다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항공업이 입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부터 전 직원의 70% 가량에 대해 6개월간 휴업을 실시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이번달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경우 전직원의 5분의 1수준인 300여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국제선 항공여객은 전년동기 대비 95.7% 감소했다. 이런 추이를 보면 올해 6월까지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은 전년보다 최소 6조4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이 협회 분석이다. 회복이 늘어지면 일부 항공사가 도산하고 국제항공 네트워크가 붕괴할 수 있다는 암담한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항공업과 관광·숙박업의 업황 정상화가 올해 4분기가 지나서야 정상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버틸 여력이 있을지도 사실 비관적"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항공뿐만 아니라 기간산업 대부분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란 데 있다. 대표적 기간산업인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국제유가의 급락까지 겹치면서 올 1분기에만 업계 합산 2조~3조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기존의 공급과잉에 더해 코로나로 인한 수요 급감까지 겹쳐 수익구조가 깨졌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전자·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 역시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안에 있는 주요 생산기지의 연쇄적 셧다운과 부품 조달의 차질로 생산이 불안정해진 데다, 최종 판매 채널인 소매 유통망 마저 막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스마트폰 새 모델 '갤럭시S20', '갤럭시Z 플립' 등을 내놨지만 최근까지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코로나 대응 속 깊어지는 '실업' 늪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먹구름은 쉽게 걷힐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오르기 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말 "세계는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했고 향후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 것인가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하더니, 지난 9일에는 "올해 글로벌 성장이 급격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경계 수위를 높였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한 세미나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1분기에는 부분적으로 나타났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라며 "공급차질과 수요절벽이 겹친 부정적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세계 각국 정부가 가장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코로나 대응 속 실업 증가다. 우리나라 역시 문재인 정부가 가장 힘주고 있는 경제정책이 '일자리 확충'이라는 점에서 일자리의 감소를 막는 것은 실질적인 코로나 극복의 핵심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19만5000명 줄었다. 특히 지난달 '일시휴직자' 는 총 160만7000명으로 전월(61만8000명)보다 99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일시휴직자는 직장이 있지만 일은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장기 불황이 이어질 경우 실업자가 될 개연성이 높은 이들이어서 당국도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시휴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고용유지지원금 등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지만 상당수는 비자발적으로 일터를 잠시 떠난 사람들이기에 우리 고용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말해주는 징후"라며 "이들이 앞으로 일자리를 잃어 진성 실업자가 되지 않게 각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때 놓쳐선 안돼..정부 구원투수 돼야"

경제 분야에서의 더 큰 쇼크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우리 사회에 형성됐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방역으로 지킨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려면 탄탄한 경제적 기반이 필수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수렁에서 건져올려야 하는 것이 이제 급선무가 된 이유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71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의 사무국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 우리 기업들의 위기는 코로나19라는 외부의 불가항력적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를 버텨나가고 향후에 경제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체적인 대책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총은 자금 지원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가장 긴요하다고 꼽으면서 근로 시간 확대나, 고용유지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회복돼야 미래도 모색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2분기 수요절벽에 대비해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내수회복을 지원할 때"라고 강조하며 주요 산업별 지원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경제계는 특히 이번 주 열릴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할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원 등이 최소 20조원 이상 규모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 놓인 기업들에게 자구노력이나 고용 유지의 조건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것 아닌지 경계감도 없지 않다. 자구 부담으로 과거 한진해운 파산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한마음으로 총력 방역에 나섰듯 민관이 다시 한번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1대 총선으로 거대 여당이 탄생한 만큼 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 기대된다"며 "여당 일부에 반기업 정서가 남아있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코로나 사태 탈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부와 호흡을 맞춰 어려움에 처한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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