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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 바구니 담은' 제주항공, 또 자본잠식 위기

  • 2021.02.17(수) 17:01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화물 없는' 제주항공, 순손실 3138억…증자 가능성
'화물 만선' 대한항공, 영업익 1095억…호텔은 부담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자본잠식에 빠질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반면 국내 1위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여객의 빈자리를 화물로 채우며 지난해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그간 LCC는 장거리 대신 중·단거리 노선에, 화물기 대신 여객기에 '선택과 집중'하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자 화물기가 1대도 없는 LCC는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 신세로 전락했다.

◇ "제주항공, 올해 자본잠식 가능성"

지난해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은 자본잠식에 빠지기 직전 상황까지 내몰렸다. 2020년 말 자본총계는 2106억원으로 1년전보다 35.2%(1146억원) 줄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아지면 자본잠식에 들어가게 된다. 작년 말 자본금은 1925억원. 올해도 적자가 이어진다면 당장 올 1분기부터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제주항공이 자본잠식 위기에 내몰린 것은 경영악화가 원인이다. 2019년 한일관계 악화로 3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당기순손실 규모가 3138억원으로 커졌다. 당기순손실만큼 결손금이 쌓이고, 누적된 결손금은 자본을 갉아먹으면서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단거리와 여객에 집중된 제주항공의 사업구조를 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현금 고갈과 재무상황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4분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수송 규모는 99.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매출(514억원)이 전년동기대비 83.2%(2554억원) 급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물기가 1대도 없는 제주항공은 화물 매출 비중이 0.69%(작년 3분기 기준, 22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선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1140억원으로 7분기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해 1500억원대 유상증자로 자본을 보강했지만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증자 '약발'은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올해 추정치 기준으로 자본잠식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시 한번 유상증자와 같은 자본확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 화물이 살린 대한항공, 미국 호텔에 발목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095억원을 내며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업계에선 지난해 전 세계 항공사 중에 흑자를 낸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 매출(7조6062억원)이 1년전보다 40% 감소한 가운데 일군 성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유일무이한 실적은 화물이 이끌었다. 지난해 대한항공 여객 매출(개별 기준)은 2조52억원으로 전년대비 74% 줄었지만 화물 매출은 4조2507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여객보다 화물 매출이 많아진 것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159대중 화물기 비중은 14.5%(23대). 대한항공이 23대 화물기를 이끌고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여객기는 비용 절감을 위해 10대 줄였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2915억원으로 3년째 손실이 이어졌다. 작년 손실의 원인 중 하나는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호텔 자회사 HIC(한진인터내셔널)다. 코로나19 탓에 HIC가 미국에서 운영중인 컨벤션 호텔 '윌셔그랜드센터'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작년 3분기 3000억원의 손상차손(비용)이 발생했다. 회사 측에선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작년 4분기에도 HIC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관련기사☞ 화물로 버틴 대한항공…LA 호텔서 '구멍'

대한항공이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25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4045억원에 이른다. 2019년과 비교하면 적자폭을 줄였지만 대한항공과 같은 깜짝 실적은 없었다. 작년 3분기 기준 아시나항공은 여객기 68대, 화물기 13대를 보유하고 있다. 화물기 보유 비중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높지만, 대한항공만큼의 '화물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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