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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기꺼이 '선박 돌려막기' 나선 이유

  • 2021.07.07(수) 07:10

HMM, 1년간 임시선박 31회 투입
수익성 낮지만 '생존한 국적사로서 보답'

'해운 대란' 속에서 HMM이 임시선박을 투입한 지 1년이 됐다. 작년 8월 이후 미주항로를 중심으로 총 31차례 임시선박을 운항했다. HMM이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이유는 돈 때문 만은 아니다. 수익을 위해서라면 임시선박의 출발지를 부산이 아닌 중국으로 정했어야 했다. 더욱이 1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 100척의 선박 항로 등을 재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하고 있다.

이처럼 수익성은 낮고 손이 많이 가는 임시선박을 계속 투입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선박을 구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힌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HMM 임시선박 투입 1년의 시간을 되짚어봤다.

임시선박으로 투입된 'HMM 인테그랄호' / 사진 = 회사 제공

중국 아닌 부산서 출항하는 임시선박

HMM이 처음으로 임시선박을 투입한 것은 작년 8월이다. 4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급 컨테이너선 'HMM 인테그랄(Integral)호'가 부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항했다. 이후 총 31번 임시선박이 투입됐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임시선박이 향한 곳은 미국 22회, 러시아 5회, 유럽 3회, 베트남 1회 등이다. 

임시선박이 미국에 몰린 것은 국내 수출 기업이 미주 노선 선박을 잡기가 어려워져서다. 미국 중에서도 LA 등 미주 서안이 17회로 가장 많았고 서배너와 뉴욕 등으로 향한 미주 동안 노선은 5회였다. 납기일을 맞추기 빠듯한 국내 화주(화물주인)를 위해 HMM 임시선박은 중국 등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항했다.

해외 선사들도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부산발 임시선박은 HMM이 유일하다. 해외 선사가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곳은 수익률이 높은 중국이다. HMM이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이번 해운 대란의 원인 중 하나도 해외 선사들이 돈이 되는 중국-미주 노선에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치한 데 있다. 중국-미주 노선은 '세계 최대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이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넘어가는 경로다. 해외 선사들이 중국-미주 노선에 몰리면서 국내 화주들은 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1분기 미주항로(아시아→미주 서안) 시장점유율을 보면 프랑스 선사 CMA CGM 13.7%, 스위스 선사 MSC 12.4%, 일본 선사 ONE 12.3%, 중국 선사 COSCO 11%, 대만 선사 Evergreen 10.4%, 덴마크 선사 Maersk 8.7%, 홍콩 선사 OOCL 7.2% 등이다. HMM 점유율은 6.5%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미주 노선으로 국한해도 국내 기업의 국적선사 이용률은 20%대 수준으로, 외국계 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하지만 외국계 선사들은 임시선박을 부산이 아닌 중국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선박 돌려막기, 그래도 늘린다

임시선박은 백홀(back haul,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항로) 때도 빈 배로 돌아오기 일쑤다. 회항 때 새 화물을 싣고 오는 정기노선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임시선박은 일정을 짜는 것부터 만만찮다. 우선 운항을 잠시 쉬고 있는 유휴선박을 임시선박에 배치한다. 하지만 해운 대란으로 가용선박이 총투입되면서 유휴선박 비율은 작년 6월 11.2%에서 올 4월 0.8%로 뚝 떨어졌다. 놀고 있는 배가 거의 없단 얘기다.

유휴선박이 없으면 다른 노선에 투입된 선박을 임시선박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정기노선 운항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기존 노선의 공백은 또 다른 노선에서 메워야 한다. 일종의 '선박 돌려막기'다. 1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선 100척의 다른 선박의 기항 일정, 항로 계획, 하역 순서 등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박 돌려막기로 미주노선에 임시선박을 배치하면 또 다른 노선도 선박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내몰린다. 선박이 부족해지면 운임은 올라간다. 현재 전 노선의 운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HMM이 임시선박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HMM이 3년 만에 보답에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적 해운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HMM이 아니면 할 수 있는 회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지난 2일 미국으로 출항한 46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에 실린 화물의 60% 이상이 중소화주 물량이었다. 정기노선의 경우 대기업 화물이 60%가 넘는다. 

올 하반기에도 해운대란은 지속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속에서 보복소비로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고 한꺼번에 미국에 물류가 몰리며 발생한 병목현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선박도, 컨테이너도 부족하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등을 앞둔 매년 3분기는 해운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다. HMM은 이달부터 미주향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4회로 증편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만은 강성 노조 탓에 24시간 가동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셧다운되기도 했다"며 "항만에 도착한 선박이 바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2~3일에서 열흘로, 최근에 2주로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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