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기존 사용자들이 만족한 주요 기능들을 모두 갖춘 것은 물론, 감각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가격 부담은 낮춰 개성을 중시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Z세대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이다."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 탭 S7 FE'에 대한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뿔이 났다. 원하는 기능은 빠지고,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여기 더해 국내에서는 셀룰러 모델만 판매하고, 해외에서는 와이파이 모델을 판매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와이파이 모델이 셀룰러 모델보다 사양이 높으면서 가격은 저렴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 탭 S7 FE 와이파이 모델의 국내 출시를 전했다. 오는 9월1일 출시다. 기존에 진행 중인 북커버 할인 프로모션 기간도 9월30일까지로 한 달 연장했다. 논란을 잠재워보겠다는 삼성전자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 덕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팬들이 좋아하는 기능만 모았다는 '팬 에디션(FE)'이 왜 팬들의 악평에 시달렸는지 궁금했다. 삼성전자로부터 일주일 동안 갤럭시 탭 S7 FE 셀룰러 모델을 대여해서 사용해봤다.
최고사양 장점만 쏙쏙
갤럭시 탭 S7 FE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면이다. 무려 12.4인치다. 어지간한 노트북 사이즈다. 갤럭시 탭 S7의 경우 일반 모델이 11인치, 갤럭시 탭 S7 플러스 모델이 12.4인치다. 크기는 최상위 모델과 동일한 셈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대화면의 장점은 확실했다. 태블릿으로 간단한 업무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충분했다. 영상을 볼 때도 몰입감이 좋았다.
대화면의 장점은 분할 화면을 사용할 때 가장 크게 느껴졌다. 갤럭시 탭 S7 FE는 최대 3개 앱을 분할해 동시에 구동할 수 있다. 한 화면 안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카톡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성능도 뛰어나다. 갤럭시 탭 S7 FE의 배터리 성능은 10090mAh(밀리암페어)로 갤럭시 탭 S7 플러스와 같다. 갤럭시 탭 S7 일반 모델(8000mAh)보다 좋다. 아침 8시경부터 갤럭시 탭 S7 FE로 음악을 틀어놓고 간단한 업무를 보고, 퇴근 후에도 게임을 하고 영상을 시청했는데 밤 11시가 될 때까지도 배터리 잔량은 20% 수준이었다.
온종일 사용해도 충전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하루에 약 2~3시간 정도 사용할 경우 일주일 정도는 충전 없이도 가뿐할 듯했다.
갤럭시와의 연동성도 좋았다. 삼성 계정을 연동하면 갤러리의 사진이나 삼성 노트의 메모들을 공유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은 삼성전자의 기존 제품들과 같았다. ▷관련기사: [보니하니]갤럭시북프로①갤노트? 탭? 노트북!(5월19일)
특히 태블릿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삼성 덱스를 활용하면 태블릿으로 일상 업무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키보드 북커버를 사용하니 노트북과 사용성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무게는 608g으로 갤럭시 탭S7 일반 모델(498g), 플러스 모델(575g)보다 무거웠지만, 휴대성이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키보드 북커버와 S펜을 더한 무게는 956g으로, 1kg가 채 되지 않았다.
S펜도 기대 이상이었다. 갤럭시 탭 S7 출시 당시 S펜과 태블릿의 색상이 다르다는 것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FE 제품에서는 이를 통일했다. 대여한 제품의 색상이 블랙이라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다른 색상 제품들을 보니 통일감이 느껴졌다. 팬 에디션 제품인 만큼 삼성전자가 갤럭시 팬들의 요구에 응답한 셈이다.
대화면 태블릿에서 감수해야 할 것들
다만 삼성의 팬들이 지적한 부분은 기자에게도 다소 아쉽게 다가왔다. 앱 구동 속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양이 특히 그랬다. 갤럭시 탭 S7 FE 셀룰러 모델은 스냅드래곤 750G를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750G은 삼성전자의 중가형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된다. 실제 사용했을 때 일반적인 사용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분할 화면을 켤 때 잠깐의 로딩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곧 출시될 갤럭시 탭 S7 FE 와이파이 모델에는 스냅드래곤 778G가 탑재돼 있다. 스냅드래곤 778G의 연산 속도는 스냅드래곤 750G보다 약 40%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처럼 저사양 칩셋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내달 와이파이 모델 출시를 기다려봐도 좋겠다.
주사율이 120Hz(헤르츠)가 아닌 60Hz라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특히나 작년 출시했던 스마트폰 갤럭시S20 FE가 120Hz 주사율을 지원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억울한 측면도 있다. FE는 네이밍에서 '보급형'이라는 느낌을 없앴을 뿐, 어쨌든 FE는 보급형 라인업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보급형 제품에 에센셜의 약자인 'e'를 , 작년에는 '라이트(Lite)'를 붙였다. 올해는 'FE'인 것이다. 보급형 제품답게 최고사양 태블릿 제품의 장점을 몇 가지 반영하면서, 나머지는 보급형 전작(갤럭시 탭S6 라이트)의 사양을 따라갔다.
하지만 '팬 에디션'이라는 네이밍을 붙인 만큼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원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주요 기능을 모두 넣었다고 했지만, 삼성전자가 그 기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가격 측면이 그랬다. 갤럭시 탭S6의 경우 LTE, 128GB 기준 일반 모델(89만8700원)과 라이트 모델(53만9000원)의 가격 차이가 36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갤럭시 탭S7은 같은 기준으로 일반 모델(92만9500원)과 FE 모델(77만원)의 가격 차이는 16만원에 불과하다. 가격 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갤럭시 탭S6 라이트는 일반 모델보다 저사양 모델인 것이 확실했다. 이에 비해 갤럭시 탭S7 FE의 경우 일반 모델과 비교했을 때 화면 크기, 배터리 측면에서는 더 성능이 좋다.
결국 갤럭시 탭S7 FE의 타깃은 확실하다. 플러스 모델을 구입하기엔 가격적으로 부담이지만 대화면의 태블릿을 원하는 소비자다. 여러 단점이 부각되면서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태블릿 제품에 있어서 대화면은 무시 못 할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