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잘 나가던 게임 업계 '빅(Big) 3'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의 올 3분기(7~9월) 실적이 나란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심차게 출시한 신작의 흥행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해외 악재, 과금정책에 대한 국내 이용자 불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정보사이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엔씨소프트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하나 영업이익은 3분의 1 이상 빠진 139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4.2%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13%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의나라: 연'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의 모바일 신작 덕에 한동안 거칠 것 없이 성장하던 넥슨은 올 3분기 들어 쉬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넥슨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3분기 전망치를 함께 내놓았는데 전년 동기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넥슨이 제시한 3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10%에서 최대 18% 감소한 6693억~7318억원(원화 환산) 수준이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보다 8%에서 최대 27% 줄어든 2057억~2589억원에 그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비해 넷마블은 신작 출시에 힘입어 매출이 개선되는 등 다소 양호한 성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익성은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9% 줄어든 795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11.3%로 전년 동기보다 2.3%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올 들어 굵직굵직한 신작을 내놓았음에도 나란히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라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넷마블은 8월에 야심작 '마블퓨쳐레볼루션'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비슷한 시기에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2'를 내놓은 바 있다.
신작의 흥행 성과가 3분기(7~9월) 재무 성적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부 게임은 조작 방법 등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이용자 불만을 받으면서 기대 만큼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블레이드앤소울2의 하루 평균 매출은 당초 예상치인 50억원에 크게 못 미친 10억~30억원 수준이다.
외부 악재도 걸림돌이다. 넥슨의 경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넥슨의 야심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시장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MMORPG(다중역할수행게임) 과금정책(BM)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반발심이 누적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가 모바일, PC 모두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신작 출시로 인한 마케팅비,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3분기 실적을 평가할 수 없단 의미다.
이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목표주가를 하향한 애널리스트 리포트도 나왔다. 이달 만해도 이베스트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블소2의 예상 대비 대폭 부진에 따른 신작모멘텀의 상실, MMORPG 1등 업체로서의 프리미엄 상실 등으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며 "현재 주가는 이론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2016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일정 수준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리니지W'에 엔씨소프트의 실적 회복 여부가 달렸다고 말한다.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가 오는 11월4일 글로벌을 겨냥해 출시하는 신작이다. 리니지 IP(지적재산권)은 일본과 대만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나, 국내와 비교하면 이용자 수는 현저히 낮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과도한 BM를 삭제하고 트래픽을 회복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리니지W에는 게임 아이템 및 계정 거래를 지원하는 등 유저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고객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변화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