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인터넷 먹통' 사고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길을 끕니다. 피해 수습 과정에서 이를 보도하는 미디어 사이에 '배상'과 '보상'이란 표현이 뒤섞이어 사용되고 있는데요.
두 단어는 분명히 쓰임새 차이가 있으나 자주 헷갈리죠. '어떤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끼친 손해를 갚아준다'는 의미는 동일합니다. 다만 행위 자체가 위법 혹은 불법이라면 배상, 아니면 보상입니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인터넷 장애 사고와 관련해 피해를 일으킨 당사자인 KT는 보상이란 표현을 줄곧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관련 기사에 보상이 아닌 배상이 옳다고 댓글로 지적하셨습니다.
이번 사고가 KT 협력 업체의 부주의한 실수와 감독 태만 등으로 빚어진 완벽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배상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통신 사고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번개나 태풍으로 네트워크 장애가 생기는 천재(天災)가 있고요. 해커 등 외부인의 공격을 받거나 고의·실수로 벌어지는 인재도 있습니다.
이번 KT의 인터넷 먹통 사고는 누가 봐도 인재입니다. 협력사 직원의 사소한 실수로 전국적인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이나 부품 교체 작업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낮이 아닌 심야 시간에 이뤄져야 하나 KT 본사 직원의 안이함과 무모함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명백합니다.
자연스럽게 보상이 아닌 배상이라고 봐야 하는데요. 다만 정부의 최종 판단은 다릅니다. 정부에 따르면 어떠한 의지가 개입되거나(부실한 관리 감독), 실수(명령어 누락)로 인한 통신 사고에 대해선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합니다. 위법이냐 불법이냐를 판단하기 위한 법 규정이 따로 없다보니 고의성 여부를 따질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 원인을 분석한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관련 법령을 살펴봤으나 지금으로선 법적으로 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통신 사고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스러운 모습입니다. 홍 정책관은 "관리자 없이 용역업체가 그것도 주간에 일을 한 것은 파란 불에 신호등을 건너야 된다는 기본상식을 어겨 발생한 아주 큰 교통사고와 같다"라며 "(이런 부분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규제를 해야 될 대상인지, 아닌지 정말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정부는 KT의 이번 피해보상이 적절히 이행되는지 그 과정을 감독할 계획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피해구제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KT에서 이용자들의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민원접수를 통해서 접수를 받고 있는 상태고 조만간 별도 창구를 통해서 현황을 더 면밀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KT는 전날(5일) 오후부터 '고객보상 전담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KT는 이 센터를 통해 특히 소상공인의 피해 수준에 대해 추가로 파악하겠단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전담 콜센터(080-001-0100)에 많은 민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KT가 사고 수습을 슬기롭게 진행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